[현장에서]컨버전스로 가는 길

한 경제주간지는 2006년 3대 트렌드로 실용주의·컨버전스·휴머니즘을 제시한 바 있다. 그 가운데 필자에게 다소 생소한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말은 ‘이질적인 기계들 간의 상호 통합’이라는 알듯 모를 듯한 전문적인 용어해설보다는 2005년 하반기를 강타했던 다니엘 헤니 신드롬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컨버전스 현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그야말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자통신 업계에서는 프린터·스캐너·복사기·팩시밀리를 하나로 묶은 복합사무기기나 PDA와 휴대폰의 통합형 제품, DVD와 VCR를 하나로 통합한 콤보, MP3플레이어와 휴대폰을 합한 MP3폰, 휴대폰에 신용카드 기능을 합친 모바일카드 등 새로운 통합형 제품들이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등장해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과학기술계에도 컨버전스 바람이 분다. 이른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다.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의 협력협정 체결을 계기로 그동안 이질적인 분야로 간주되었던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간 통합을 시도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도 ‘로봇과 예술의 만남 특별전’이나 ‘별과 함께 하는 천체음악회’와 같은 다양한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컨버전스를 통해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추진하는 생산기술의 변화, 신제품 개발, 생산조직 개선, 신제도 도입 등을 포함하는 소위 ‘혁신’ 활동의 한 양상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컨버전스를 통한 혁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서로 이질적인 요소로 간주되었으나 통합으로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통합대상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2006년은 개의 해이자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올해에도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통한 혁신적인 가치창출이 이루어져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은영 국립중앙과학관 혁신기획팀장 eylee@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