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종(種)은 가장 힘이 센 종이 아니며, 가장 머리가 좋은 종도 아닌 바로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종이다.”
찰스 다윈은 150여년 전에 진화론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키워드임을 우리에게 깨우쳐 준 바 있다. 이러한 키워드는 기업생태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보유기술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되며 창의성, 기업가 정신 그리고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의지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기술 트렌드와 세계 시장을 간파하고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벤처기업은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발전했다. 하지만 인재양성과 연구개발(R&D)을 등한시하고 대기업 행태를 흉내 내며 기업 규모 키우기에 열중이었던 벤처기업들은 새벽별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고 말았다. 벤처기업은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생명체처럼 벤처기업도 벤처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생산·소비·분해의 과정을 거친다. 벤처생태계에서는 벤처기업·벤처캐피털·회수시장(코스닥)은 각각 생산자·소비자·분해자 기능을 하며 활발한 상호작용을 거친다.
벤처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벤처생태계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벤처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고 신뢰 제고 등과 같은 기초인프라가 갖춰지면 벤처생태계는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상적인 벤처생태계는 각 요소가 활발한 상호작용을 거치며 더불어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벤처기업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길러야 한다. 기업의 핵심역량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부족한 역량은 외부조직이나 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효율적인 네트워크는 신뢰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보유한 지식과 정보공유가 전체의 이익이 된다는 인식, 즉 공유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 하지만 신뢰구축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당분간 벤처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대학·연구소·정부·테크노파크 등과 같은 혁신지원기관들이 인위적으로나마 신뢰구축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벤처기업들은 이제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시스템 간 경쟁체제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간 가치창출 활동의 역할분담과 협력적 상호작용은 시스템 경쟁력 창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벤처기업 간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시스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는 거품현상으로 옥석이 뒤섞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윤리경영, 투자자의 신뢰, 기술력과 수익창출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 벤처산업계는 2000년 초반의 전성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미 형성된 벤처생태계가 정상적인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망 벤처기업을 대거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 유망 벤처기업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자본시장을 육성해여 벤처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사업 분야 등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협력하는 상생(相生)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테크노파크와 같은 혁신지원기관을 통해 벤처생태계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양적인 성장 위주 정책은 과감히 지양하고 시장 중심의 자생 기반 마련 및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춰 2000년 초와 같은 광풍(狂風)이 아니라 진정한 벤처코리아의 광풍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단장 jrhee@yuma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