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경기회복세 이어지게 하자

 연초부터 IT산업 경기가 호조세를 보인다는 전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각종 IT산업 기업경기 실사지수(BSI)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유통현장에서도 1월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한 해 길운을 기원하는 입춘을 앞두고 나온 밝은 소식이어서 고무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당국자들로부터 경기회복 주장을 많이 들은 탓에 선뜻 신뢰는 가지 않지만 현장 경기가 감안된 것이어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IT산업 경기가 본격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회복세가 이어지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IT산업 BSI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98이던 BSI가 올 1월 103, 2월 107로 나타났다고 한다. IT기업들은 지난해 말 주춤했던 IT경기가 1월부터 살아나 갈수록 호전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현장 체감 경기를 토대로 내놓은 전망이라는 점에서 신뢰감이 든다. 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올해 제조업 BSI 조사에서도 반도체 등 IT산업이 전체 제조업 BSI 전망치 131보다 높은 140대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다른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IT 유관업종인 전자부품·영상·음향·통신은 104.9로 호황을 누릴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정도라면 IT산업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게 큰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실물시장에서도 뚜렷한 회복조짐이 보여 더욱 희망적이다. 설 전후로 전자상가와 백화점 등 유통가에서 휴대폰·MP3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물경기를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품목인 휴대폰은 지난 1월에 전달보다 40만대 정도 늘어난 140만대 이상 판매되는 호조세를 보였다. 1월 이동전화 가입자가 15만명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대체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2월 IT유통 시장 전망도 졸업·입학 등 계절적 특수로 인해 밝기만 하다.

 하나같이 IT산업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임이 분명하다. 이대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급하게 낙관론을 펴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대내외 변수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유가·원자재값, 환율 등은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자칫하면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경기회복의 긍정적 요소를 살려나가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IT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같은 기대는 그야말로 희망에 그칠지 모른다. 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재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경기와 직결되는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또 예측 가능한 경제환경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꿈틀거리고 있는 내수도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 IT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 추진도 중요하지만 지금 IT기업들에 투자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는 신규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관련 정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통·방 융합 서비스 환경이 갖추어져야 투자도 살아나고 IT경기도 활성화할 수 있다. 기업들도 종전처럼 정부 규제 탓만 하지 말고 투자를 늘려 IT경기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