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지상파DMB 해외수출 지원 역할을 놓고 볼썽사나운 경쟁전을 펼치고 있다. 동일한 국가의 해당 부처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제각각 러브콜을 보내거나 심지어 대규모 해외 행사에서 따로 시연회를 갖기도 하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수출 지원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의 영역 다툼은 빈축을 사고 있으며, 각종 국내외 행사에서 지상파DMB 시연 등에 참여해야 하는 장비·단말기 업계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두 기관의 지상파DMB 해외진출 주도권 경쟁을 먼저 자극한 쪽은 방송위다. 방송위는 그동안 해외 관련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방송교류 활동은 벌여왔지만 이례적으로 지상파DMB에 대해서는 ‘산업수출’의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1년 전인 지난해 1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DMB를 시연하고 현지 해당 기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 프랑스에서는 지상파DMB 시연을, 7월에는 중남미 지역 브라질·멕시코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국제방송장비전시회에서도 방송위 주관으로 지상파DMB 전시 및 시연행사를 가졌고, 12월 ‘아세안+3’ 정상회의 때도 DMB 부스를 설치하고 시연했다. 방송프로그램 교류 협력만 해오던 방송위가 지난해부터는 DMB 수출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면서 IT 수출 지원창구인 정통부를 건드린 셈이다.
이에 발끈한 정통부도 지난해 1월부터 독일·미국·멕시코·영국·말레이시아·중국·인도에 이르기까지 국내 지상파DMB 산업의 해외수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정통부의 행보를 보면 마치 지상파DMB가 국내 주력 수출산업임을 연상시킬 정도. 양 기관의 주도권 싸움은 마침내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해프닝으로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정통부와 방송위는 참가국 정상·각료들을 대상으로 제각각 지상파DMB 시연행사를 가진 것이다. 4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BES 엑스포’ 행사에도 두 기관은 지상파DMB 시연 및 업무협약 활동을 따로 전개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의 영역 다툼이 어디까지 번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송위 관계자는 “해외 방송교류가 굳이 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방송 주관 기관으로서 뉴미디어 시대에 우리 방송산업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가 관련 장비·단말기 업계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히 고유 권한이자 의무”라며 “지상파DMB 수출지원에 관한 한 방송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서한·성호철기자@전자신문, hseo·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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