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미국정부가 자국 업체들의 해외 비즈니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검색업체 구글이 특정 단어의 검색을 차단해 달라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세계적인 논란거리로 등장한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인터넷업체과 인권·중국의 인터넷 관련 제도 등의 주제로 논의를 가지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다. 인터넷기술이 미국 정치판을 달구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각) C넷과 레드헤링에 따르면 미 하원은 오는 15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야후 등 첨단 IT 기업들을 인권과 중국의 인터넷 등에 관한 논의를 위해 ‘글로벌 휴먼라이츠’라는 소위원회 회의에 초청,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 소집에는 강제권이 있는 소환장이 발부되며 이들 기업은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 업체들과 정부는 인권과 인터넷 검열 관련한 법안 마련에 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회의 소집 요청을 받은 시스코는 “중국에서 라우터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콘텐츠 여과 능력 같은 고유 기능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공동 성명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미국 정부도 중국 같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억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인터넷 및 사회를 위한 버크먼맨센터 팀 펄프레이 소장은 “새로 제정되는 법은 기술 업체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야 할 것”이라며 법 적용의 범위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쉐일라 잭슨 리 의원도 “지금이 원칙을 세울 때다. 지금 원칙을 세우면 앞으로 강제 검열에 시달리는 세계의 많은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오는 15일 회의에 앞서 최근 구글 등 4개사를 ‘의회 인권 간부회의’에 우선 참석토록 요청했으나, 이들 4개사는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회의를 소집한 소위원회는 국회 내 공식 모임이 아니어서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원의 톰 랜토스 의원은 이번 국회 요청에 불응한 4개사를 대상으로 “그들이 갖고 있는 힘과 영향력, 부와 전망 등을 이용해 인권운동가들이 중국에서 매일 하고 있는 긍정적인 행동까지도 무시했다”며 “이익을 위해 베이징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미국 회사들의 해외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1977년 미국 정부는 해외부패 관행(방지)법(FCPA,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제정하고 1988년 개정한 바 있다. FCPA 조항은 해외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뇌물수수를 막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뇌물이 사업 구조의 하나로 자리잡은 많은 나라에서 미국 회사가 경쟁력을 얻는 데 심각한 제약이 된다는 반대론자들도 존재한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