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CRM을 통한 의료서비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및 사회환경 수준이 몇년 안에 선진국에 진입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도 높아지고 있고 기업과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반면 기업은 다양하고 높아진 소비자들의 욕구 수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서비스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의료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병원이 고객에게 과거와는 다른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한두 번 진료를 받다가 예약일자를 깜박 잊으면 아예 치료를 포기하기 일쑤였고, 의사 개인 스케줄에 따라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예약시간을 미리 선정해서 대기시간을 줄여주고, 문자 메시지로 예약시간과 방문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는 병원이 늘고 있다. 어떤 병원은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축하메시지도 보내주고,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청하면 건강정보를 담은 병원보도 e메일로 보내준다.

 이것은 불과 몇년 전까지와는 다른 병원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병원 중심의 의료서비스에서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고객 중심의 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작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많은 병원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 도입은 일반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IT강국으로서 다양하고 고급화된 서비스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고객에게 병원의 이런 서비스가 처음에는 감동적이었겠지만 지금은 평범한 서비스가 됐다. 고객에게 지속적인 감동을 주는 인간적(맞춤식) 서비스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자동화된 기계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병원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메시지 발송으로 인해 병원에서 스팸을 보낸다는 느낌을 주는 역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병원이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결과이며, 병원의 특성에 타당하지 않게 단순히 한두 기능 위주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처럼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CRM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단순 메시지 서비스 하나로 고객이 만족하거나 감동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CRM은 고객 특성에 기초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할 때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고객 개인의 특성은 무엇이고, 그 특성에 따라서 어떤 서비스를 실행해야 하는지 올바로 파악해야 한다. 또 서비스 실행 결과를 반복적으로 피드백하여 종합적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데이터를 기록, 분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CRM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고객정보 보안 유지, 관리에 대한 심사숙고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의원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우리 병원의 특성과 문제점이 무엇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하고 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CRM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용자의 마인드와 자세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병원(의료)CRM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운영하면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잘 설계된 CRM 시스템에 의하여 성실하게 운영이 될 때, 매우 놀랄 만한 효과를 안겨준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병원과는 환자 서비스와 고객 만족도 차원에서 매우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CRM은 이론적으로 설명되고 끝나서는 안 된다. 그보다 병원(의료) CRM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기업의 노하우를 이용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병원이 고객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활성화해 양질의 고객정보가 축적되면, 이것이 국민 의료 및 복지정책에 잘 통합되어 활용되고, 이는 모든 국민이 공평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진화된 의료복지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헌 에코벨 사장 ccchhh@echobe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