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다원화 교육을 위한 교육 새판 짜기

[미래포럼]다원화 교육을 위한 교육 새판 짜기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우리의 사회 구조마저 바꿔놓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는 한국 사회를 집단활동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또 기존 정부나 기업 중심의 타율적 사회를 개인 참여가 중요시되는 ‘자발적 참여 시대’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런 급격한 사회 변화는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위 유비쿼터스에 맞는 직종은 점차 그 힘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전통적인 직업군은 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이런 노동 시장의 양극화는 결국 국가 교육 체계에도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노동 시장에서의 양극화 문제는 예견돼 온 것이다. 도시학자 카스텔즈는 10여년 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산업 사회에서 직업은 ‘점점 전문화되는 직업 군’과 ‘서비스업 군’으로 급속히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양분화 간극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직종은 기계로 대체돼 직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며 직업이 없는 사람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해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와 함께 그는 노동자들 간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지적했다. 사회 분화로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대우를 받게 되며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는 임금 수준이 점점 더 열악해져 사회 빈민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 서비스업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경을 넘어 제3 국가로 옮겨가게 된다는 지적이다.

 카스텔즈의 지적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특히 기술 발달로 개인화 경향이 점차 커지는 지금 그의 선언은 자기 계발에 대한 선언으로 다가온다.

 기술의 발달은 개인화로 가는 트렌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보던 TV는 휴대형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개인의 품 안에 들어오는 등 인간 활동 단위가 그룹에서 개인으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IT기술 발달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한 연구 기관은 미국·인도네시아·한국 3개국 대학생들의 친구 관계를 연구한 결과,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작은 친구 조직 속에서 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 학생들의 그룹을 보면, 대개 두세 명이 한 조를 이룬다. 또 혼자 다니는 ‘온리 원 족’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는 10여명이 그룹을 지어 다니던 나의 대학 시절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런 개인화 경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교육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한다. 즉 개인화에 입각해 창의적으로 다양한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이 대세가 돼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미 정부 당국에서 특성화 교육의 싹이 트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교육 비용을 수혜자인 학생에게 직접 줘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게 하는 ‘바우처’ 제도를 검토중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초등 교육은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중·고교 학생들은 보통 교육 과정을 통해 국민윤리를 비롯한 10가지 필수과목을 배워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배워야 하는 내용이지만 이 10가지 과목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즉 강원도 산간지방에 살아도 바다 그물의 종류와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등 최소한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개인화가 고려되지 않는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필수과목을 줄이고 선택과목을 늘려 학생이 다양하게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추진하다 보면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흐름을 거스르면 더욱 큰 역작용이 발생한다. 역작용은 현실적인 고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이 진정 자신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며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한국 사회를 보고 싶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뤄지는 교육의 직접 수혜자로서 당연한 요구 아닌가.

◆이옥화 충북대학교 교수 ohlee@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