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 거래 10조원 돌파한 `사이버몰`

 온갖 품목을 판매해 ‘없는 것이 없는’ 사이버 쇼핑몰의 거래액이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의미가 크다. 통계청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거래액 규모가 3조원 안팎이던 것에 비하면 4년 만에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할인점 연간 거래액 23조6000억원, 백화점 17조원과 비교해도 45%, 62%에 이르는 규모로 엄청나다. 이젠 사이버 쇼핑몰이 제3의 유통채널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 쇼핑몰의 급성장은 인터넷 이용자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만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시간·공간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온라인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이버 쇼핑몰은 매장 방문시간을 줄일 수 있고, 퇴근 후 심지어는 깊은 밤에도 원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매력이 이용자가 늘어난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사이버 쇼핑몰 사업을 뒷받침할 IT인프라 측면에서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시장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완전 자유 판매경쟁이 사이버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업 환경적 장점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사이버 사업체가 899개나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에 한몫을 했다고 본다. 이 가운데 개인이 온라인에 직접 점포를 열어 판매하는 오픈마켓(C2C)이 시장확대를 주도한 것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사이버 쇼핑몰 시장이 이처럼 양적으로 급속 성장하고 있지만 문제점이 많다. 제도 미비에 따른 것이겠지만 사업자가 경제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허위·과장광고가 난무하고 있고 주문상품 미배달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 쇼핑몰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에 모두 이익을 주는만큼 적극 권장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판매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신력이 바탕이 돼야 하며 과대광고나 허위광고는 절대 금기사항이다. 허위광고는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해가 된다.

 매출 규모가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소비자의 불만이 늘어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사안이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계약해지나 부당행위, 불량상품 판매, 계약 불이행 등으로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해상담만 한 해에 2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설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을 절반값에 판다고 하고선 돈만 챙겨 달아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기·기만 행위자들은 사이버 쇼핑몰의 등록이 자유로운 점과 ‘선지불 후배송’ 시스템 등을 악용해 물품대금으로 현금만 받아 달아나는 수법을 주로 동원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렇게 속절없이 당해도 법적·제도적 장치 미비로 사이버상의 사기 업체나 행위자를 제재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물품대금을 제3자가 받아두었다가 배송 확인 후 판매업체에 지급하는 규정이 마련돼 올 4월 시행된다니 다행스럽기는 하다. 또 정부가 인터넷 신뢰마크제(e트러스트)를 시행중이나, 난립하는 무명 사이트의 상거래까지 제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 외에는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법과 제도의 공백을 구실로 사이버 쇼핑몰 사기를 방관한다면 무책임하다.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어떤 시장이든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은 시장참여자 간 공감과 신뢰의 기반이 구축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이버 쇼핑몰도 안전한 거래를 위한 노력과 고객만족 시스템이 선행되지 않으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사업자들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