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환경이 심상치 않다. 가파른 환율 하락에 국제유가·원자재가 상승 등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선진국 경기 약화에다 엔(円)저 기조, 우리 기업의 시설투자 위축 등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수출 전선에 이상 현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수출 증가율이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4.3%에 불과했던 것은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달 들어서는 더욱 악화됐는지 2월 초 수출 실적이 최근 5개월간 월초 실적에 비해 가장 낮고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무려 20% 이상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아직 성급한 예측일 수는 있으나 수출에 악영향을 주는 대내외 무역환경이 개선될 기미가 적은 것을 감안하면 수출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걱정스런 일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부진하게 되면 모처럼 가시화되는 경기 회복세까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에 악영향을 주는 외생변수들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관심을 높여야 한다. 확산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그제 전자·기계 등 10대 주력 수출산업 단체장과 민관 합동 수출대책회의를 열고 수출기업 애로 해소에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고 주목된다.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환변동보험 수수료 40% 인하와 환위험관리 컨설팅 강화, 여기에 주력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한 수출지원센터 설치 등 원화 강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수출 확대를 위한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여건 조성을 위한 원자재 구매자금 지원의 지속 확대와 철광석, 나프타 등 89개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모두 수출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수출기업 애로 해소 대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또 이런 대책이 수출환경 악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그동안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애로 해소 대책이 수출 현장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면 수출대책회의는 수출 둔화에 대한 비난과 질책을 모면하기 위한 일과성 행사로 비칠 우려가 있다. 차질 없는 애로 대책 이행으로 수출기업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정부에만 의지하는 것도 문제다.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환율 급락 문제도 외환의 수요와 공급 등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수출 부진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환율 하락세가 지나치게 빠른 점을 고려해 정부는 안정적인 환율 운용을 통해 수출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더욱이 환율 급락이 수출기업에 당장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경제 전반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기업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모든 경제 주체, 특히 정부가 기업 활동을 적극 보호,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율 급락으로 인해 국내 부품·소재에 대한 구매 기피나 생산설비의 해외이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수출기업들의 지적을 그냥 흘려버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들도 품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또 상당수 중소기업이 환율 하락에다 대기업들로부터 납품가 인하 압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점을 감안,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들의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