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의 게임산업 교류를 위한 길

[통일칼럼]남북의 게임산업 교류를 위한 길

어떠한 산업이건 현 상황에서 남북교류는 서로 하나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게임산업 교류활성화 역시 우리 민족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이며, 타 문화산업 교류와 병행할 때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게임은 서로 장벽을 허물고, 쉽게 융화되며 가치를 창조해내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즐거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북 게임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우선 남북 모두의 공감대 형성이다. 남북 교류가 양방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하면 일방통행만으로는 성장·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산업의 역할과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세계에서 우리 게임산업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북 게임산업 교류활성화도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제시하고 그 바탕 위에 민족적 동질성과 정서적 공감대 복원이라는 당위성이 더해진다면 현재 민간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산업 교류가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남북 게임산업 제도화를 준비할 때다. 현재 게임물 국내 반입은 북한주민 접촉을 승인받은 후 협력사업자 승인, 협력사업 승인 이 3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그러나 영상물은 북한주민 접촉 승인을 얻은 후 개별작품 반입 승인을 받는 것으로 정부 관련 절차는 모두 끝난다. 이 같이 게임물도 반입 절차를 단순 명료하게 하도록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에 반입된 게임도 국정원과 통일부에서 일정한 통과 절차를 또 거치게 되는데, 향후 게임물 심의를 전담하게 될 가칭 ‘게임물등급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이는 북한이 일정 수준의 개발력을 가진 장르가 모바일 게임과 플래시 게임으로, 이들 장르는 유행에 민감하고 빠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속한 유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통과절차 간소화는 현재 북한에서 게임을 공급받는 국내 기업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을 바라는 사항이기도 하다.

 셋째, 기준 마련이다. 현재까지 민간 주도로 아무런 기준 없이 이루어져왔던 게임산업 교류의 틀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초기 협상 후 제작부터 납품, 대금 지불에 이르기까지 계약을 표준화하고, 개발을 진행함에 있어 업무 프로세스 기준, 분쟁 발생시 대처방안 등 분단국 특성상 민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남북 게임산업교류위원회 등을 설치해 개발표준 단가기준 마련이나 학술지원, 상호 인력교류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벤처기업인 훈넷과 북한의 장생무역총회사 등이 공동 설립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남북한 최초의 인터넷 경협사업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정법 위반으로 중단된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독일 통일과정에서 민간주도의 교류가 법·제도화되는데 십 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막 걸음을 뗀 한반도의 게임산업 교류를 수면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 게임산업 교류가 가져올 수 있는 득과 실에 구체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준비된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90년대 말 우리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 정책을 펴기 시작할 때 한국이 온라인게임 세계 1위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문화산업의 꽃, 게임산업이 남북의 하나 됨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그 꿈을 함께 논의해볼 시점이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jswoo@kgd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