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상파 방송사 지배력 경계해야

 수도권에 밀려 그동안 소외돼온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하반기에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도입 지연으로 지역 지상파DMB 도입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또 하나의 정보격차로 지목돼 왔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방송위가 하반기까지 지역 지상파DMB사업자를 선정하겠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조차 준비돼 있지 않아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마련된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의 기준으로는 방송 권역별로 3개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것뿐이다. 이도 정책상 원칙이 아니라 지역 지상파DMB 방송에 할당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제한적이라는 기술적인 이유에 따른 것이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의 송출권역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하는 문제다. 앞서 지적했듯이 권역당 3개 사업자까지만 선정할 수 있어 방송권역을 몇 개로 나누느냐는 전체 사업자와 이들의 경제성에 직결된다.

 방송위가 최근 비공개리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역 지상파DMB의 방송권역은 5개에서 6개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는 6개 권역마다 3개 사업자를 허가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총 18개에 이른다. 수도권역의 총 6개 사업자와 비교할 때 지역 사업자수는 무려 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8%의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산술적으로 지역 사업자당 할당 가능한 시청자수는 수도권 사업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뿐이 아니다. 수도권은 국내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대충 어림잡아도 비수도권 전체의 시장 규모가 수도권의 절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인구수와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사업자수는 3개를 넘기기 어렵다.

 우리는 PCS·케이블방송 등에서 시장성을 무시한 사업자 선정으로 후유증을 앓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만약 총 18개의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이들의 사업성과 경제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 지상파DMB 방송권역을 비수도권 하나로 통합하려는 방송위의 방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사업자수가 3개로 줄어드는만큼 참여 희망업체들의 기회가 줄어 이들 간 경쟁은 물론이고 반발과 갈등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방송권역 통합시 지상파방송사들의 뉴미디어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KBS와 MBC는 비수도권 방송권역 통합을 전제로 직접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참여를 배제시킬 수 없는 이상 이미 수도권에서 사업권의 절반을 나누어 가진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역 사업권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을 위해서 이처럼 방송권역 통합을 통해 사업자들의 시장성을 보장해 주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지나친 지배력을 견제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방송위는 촉박한 일정이지만 이처럼 민감하고도 첨예한 이해관계에 놓인 문제를 반드시 토론과 합의로 극복해야 한다. 하반기까지라는 일정에 매몰돼 선정 기준이나 그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