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본에 충실하자

정은아

 “홈쇼핑으로 판매할 제품을 찾고 있는데요. 뭐 괜찮은 아이템 없을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홈쇼핑 품목’을 물을 정도로 요즘 생활가전 업계는 홈쇼핑에 들떠 있다. 생활가전 시장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호구지책으로나마 홈쇼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홈쇼핑은 30∼40%의 높은 유통마진 때문에 비상한 아이디어 제품이 아니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프라인 판매가와 동일하거나 낮은 가격에 판매하려면 일단 30∼40%는 접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중국에서 ‘생면부지’의 제품을 들여와 홈쇼핑 전용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홈쇼핑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파급력이나 단박에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물며 선풍기 한 대 팔아 1000∼2000원 남고, 그나마도 차별화가 힘든 생활가전 업체들로서는 홈쇼핑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매출의 70∼80%를 차지해 온 재래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아야 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래서인지 홈쇼핑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모 회사는 아예 유통사업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홈쇼핑 성공 노하우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제조사의 기본 임무는 기술 개발이다. 거실이 됐건, 주방이 됐건, 가정 곳곳에 놓여 삶의 편의를 도와주는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생활가전 업체의 업이자 의무다. 자체 개발한 제품을 홈쇼핑으로 판매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는 것은 단순한 유통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 가정에서 사용되는 생활가전 제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이라고 하소연하던 게 엊그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가전시장을 중국산과 해외 명품이 점령하고 있는 마당에 ‘가전 제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업체들이 앞장서서 중국산 제품을 유통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기본은 지켜야 하는 게 기업윤리다.

 

디지털산업부=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