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중국어 사이트를 폐쇄시켜 중국 인터넷검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이 직접 쓰고 편집하는 중국어판 ‘위키피디아’가 지난 10월부터 이유없이 차단됐다. 이 사이트의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한 중국당국이 영구폐쇄를 결정했다 소문이 네티즌 사이에서 파다하다.
중국어판 위키피디아는 정회원 4만5000명으로 시나닷컴, 알리바바 등 중국내 인기포털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2년새 위키피디아는 내로라는 중국의 온라인 논객들이 모여 거침없이 토론을 벌이는 지식사이트로 확고한 명성을 구축해 왔다.
당초 중국당국은 서방과의 온라인 지식격차를 줄인다는 정책에 따라 위키피디아를 ‘인민의 지식창고’로서 장려하는 자세를 취했다. 덕분에 중국 본토의 네티즌은 당에서 허용하는 표준화된 지식이 아니라 홍콩, 대만, 미국의 중국계 네티즌과 정보교류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 사이트가 중국사회에서 금기시 되고 있는 대만독립, 공산독재, 파룬궁 등 현재의 민감한 정치사안까지 새롭게 해석하면서 네티즌과 중국당국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톈안문(天安門)시위 사건을 폭동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으로 해석하자는 주장까지 대두되자 중국당국은 지난 2004년 톈안문 사태 기념일(6월15일)을 하루 앞두고 19일간 사이트를 폐쇄했다. 위키피디아는 같은 해 9월 또 한번의 폐쇄를 경험했다.
당국의 봉쇄조치를 경험한 위키피디아 회원들은 이후 과격한 정치토론을 스스로 규제하는 등 사이트 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정부규제가 뜸해진 틈을 타서 온라인 논객들이 다시 몰려들면서 위키피디아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토론장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위키피디아 게시판에는 “이 사이트는 반중국 활동을 지도하고 있으며 일부 사용자들은 미제국주의의 사냥개다.”라는 정부요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경고성 댓글이 올랐고 이후 사이트는 폐쇄됐다.
이후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은 사이트 폐쇄를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방화벽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위키피디아 접속을 시도하고 있어 인터넷 자유를 둘러싼 중국당국과 네티즌의 술래잡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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