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가다](7)반월시화단지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제조업의 전진기지에서 첨단 부품소재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반월시화클러스터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제조업의 전진기지에서 첨단 부품소재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반월시화클러스터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5년. 멀리 서해가 바라보이는 25층 규모의 복합비즈니스센터. 이곳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첨단 부품 소재 기업이 다 모여 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제 회의장과 세미나룸·법률 사무소·연회장·헬스클럽 등 비즈니스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외국 바이어를 위한 200여 개의 객실은 석 달 앞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반월시화 클러스터는 2015년에 70조원의 생산에 146억 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고용인원은 20만명을 훌쩍 넘는다. 반월시화 클러스터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첨단 부품 소재 전문단지로 성장했다.

 한편의 소설 같은 시나리오는 김성권 반월시화클러스터추진단장이 그리는 반월시화산업단지의 미래상이다.

 지난 1977년 반월공단 조성으로 시작된 반월시화산업단지는 74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로 그동안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90년대 이후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반월시화산업단지도 변신을 꾀했다. 핵심부품·소재·제조장비 등 혁신 산업 관련 업체를 유치하고 기존 전통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탈바꿈하도록 지원해 왔다.

 이처럼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부품소재 전문단지로 발전시키고자 반월시화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은 지난 2005년 4월 본격 출범했다.

 반월시화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은 이름에서부터 혁신을 내걸며 산업체와 대학교·연구소·지원기관 등 산학연관이 모두 모여 기업의 연구개발과 경영혁신을 지원하고 사업환경개선 등을 수행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반월시화 클러스터는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4개의 업종별 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하고 10개의 서브-미니클러스터 구축하는 등 기업회원 614명과 대학 및 연구소 회원 275명을 아우르는 회원 확보 등 괄목할만한 체계를 이뤄냈다. 여기에 200회의 포럼 및 세미나, 운영위원회 활동, 27건의 산학연 연구개발 지원, 59건의 기술지원, 53건의 경영지원, 8건의 인력양성지원 등의 성과도 거뒀다.

 14개 미니 클러스터는 나노하이테크·섬유소재·정밀화학·기계·메카트로닉스·자동차·전기전자·도금·금속소재·환경·에너지 등이다.

 현재 참여 기업은 590여개사며 회원은 800여 명에 이른다. 향후 1000개 기업과 1500명의 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니클러스터별로는 포럼과 세미나 등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개최되고 있으며 참석률은 70%에 이른다. 또 미니클러스터 내에서도 관심분야가 같은 이들은 서브 미니클러스터를 만들어 연구 개발 과제를 발굴해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브 미니클러스터만도 9개나 된다.

 김성권 단장은 “단지 내 기업의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연구개발이나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며 “클러스터를 구축해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면서 초기의 거부감은 사라지고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반월시화클러스터는 경영컨설팅을 위해 한국공학한림원·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우리은행·기업은행 등과 협약을 맺어 단지 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월시화클러스터는 관내에 있는 한양대학교와의 산학협력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세미나나·포럼 등의 공동 개최를 제안해놓은 상태로 조만간 나올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계약형 전공이나 현장실습 등 실용 인재 만들기도 적극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김성권 단장은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하고 영업하고 무역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광부품·소재·반도체 장비를 갖춘 첨단 기업의 이전을 막기 위해선 첨단 하이테크 센터 건립과 단지의 구조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반월시화클러스터 혁신의 견인차 ‘수석 코디네이터’

 반월시화클러스터에는 ‘수석 코디네이터’라는 직책이 있다. 부품소재 전문 클러스터에 필요한 기술·금융·법무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과 성공경험을 보유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지닌 인력이다. 이들은 클러스터 소속 기업에 분야별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관련 기관과의 업무 조율까지 폭넓게 맡는다.

 그 첫 번째 사례는 기술 부문 수석 코디네이터. 추진단은 최근 김종길 한양대학교 공학기술연구소 교수를 기술부문 수석코디네이터로 선정했다.

 김 기술부문 수석코디네이터는 “그동안 쌓은 연구 경험을 살려 추진단의 지원사업 발굴 지원에 힘쓰겠다”며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이용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김 수석코디네이터는 △선도기업(500억 이상 매출 기업) 중심으로 기업 방문 △미니클러스터 및 서브 미니클러스터 참여 △추진단 사업추진 컨설팅 △온라인 유선 기업상담 등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기술 부문에 이어 금융과 법무 등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에서 수석 코디네이터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추진단 지원사업의 애로 해결과 현장 중심, 성과 위주의 기업지원이라는 목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기고:한국산업의 미래, 반월시화 클러스터가 연다

-김성권 반월시화클러스터추진단장

 지금 세계는 지식혁명시대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 경쟁력의 중심은 국가에서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이를 먼저 깨달은 여러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혁신과 창조성에 기초한 혁신클러스터를 적극 추진,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클러스터는 요란한 구호를 펴거나 행사를 개최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네트워크 코디네이터, 수요자 중심의 과제 발굴, 그리고 혁신 주체들과의 공동노력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있어야 한다. 이에 반월시화 클러스터가 오는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가 되기 위해 마련한 과제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클러스터는 단순히 관련 기업을 물리적으로 모아놓은 장소가 아니다. 기업 스스로 결집의 필요성을 느끼고 연계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쳐 대학, 연구소, 지원기관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비로소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기업들이 클러스터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내 신뢰 분위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한 도시의 경쟁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의 숫자로 평가된다고 한다. 기업을 비롯한 대학·연구소·지원기관·지역주민이 하나가 됐을 때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이 만들어진다.

 셋째, 클러스터의 인프라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반월시화단지는 주변 인프라 환경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환경은 대학을 중심으로 테크노파크·정부 연구소·기업 연구소·창업보육센터 등을 집중해 소단위의 연구 클러스터로 만들어야 한다.

 또 비즈니스 환경은 복합비즈니스센터를 세워 현재 생산중심의 산업단지인 반월 시화 산업 단지를 영업(무역), 마케팅 활동, 기업 간 협력 및 협의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흩어져 있는 기업과 지원기관·무역회사·법률 서비스 기관을 복합비즈니스센터 내에 입주시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광부품·소재·반도체 장비 등의 첨단기업에 필요한 클린룸 시설이나 악취·폐수 등의 환경개선을 위한 환경에너지 단지도 선결 과제다.

 결과적으로 클러스터는 기업의 혁신을 위해 추진해야만 한다. 반월시화클러스터추진단에서는 향후 미니클러스터 15개, 회원 수 1500명으로 확대하고 특히 기업인이 1000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분위기를 만들 예정이다. 또 가시적 성과가 큰 경영혁신부분을 집중 지원, 단지 내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들 방침이다.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주요 선진국이 산업클러스터에 매진하고 있듯이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클러스터 전쟁 중이다. 반월시화 클러스터 추진단도 2006년을 클러스터 도약의 해로 삼고 중견기업 전문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