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 유포 책임 합리적 제한 기준 시급"

 ‘작가 A씨는 최근 쓴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한 뒤 낭패를 봤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 가능성도 기대됐지만 이미 무료로 확산돼 버린 상황이었다. A씨는 물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인터넷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소설을 유포한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유포된 사실조차 몰랐다. 이 경우 A씨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인터넷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나?

불행히도 현행 법 체계에서는 인터넷업체가 ‘과실’로 저작권 침해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 아무런 규정이 없다.

최근 청소년 유해정보와 악의적인 댓글, 도박·음란물 등 각종 유해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저작권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등 현행 법규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불법 유통의 책임을 지우되, 합리적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기준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법포럼(회장 류지태 고려대 교수)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과 의무’를 주제로 월례포럼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효질 교수(고려대)는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 활성화라는 목적을 동시 달성하기에는 법 체계 미비점이 적지 않다”면서 “인터넷업체의 책임을 과다하게 지우기는 어려우며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특히 각종 제도와 더불어 △저작권 집중관리제도 도입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 적용 △네티즌의 인식 변화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 고의에 의한 저작권 침해 사례에 한해 해당 인터넷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콘텐츠의 불법 유통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경우 법적 책임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계경문 교수(국민대)는 “온라인 저작권 관련 법제화 관행을 보면 너무 법리 문제만 따지다 보니 기술발전을 수용해야 하는 주무부처에서도 법 집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가급적 자율 규제로 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법은 위법행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