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MSPP) 통신망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개통한 농협에 이어 최근 외환은행·신한은행 등 금융권에서 앞다퉈 MSPP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 단말장비가 계정계 중심에서 정보계를 합친 통합 형태로 바뀌면서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다. MSPP는 하나의 광전송장치(SDH)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전송·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다.
◇은행 MSPP 확산=은행 단말기가 단순 계좌 정보만을 다루던 계정계에서 벗어나 사내 e메일·금융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조회하기 위한 통합 형태로 전환 하면서 MSPP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협은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를 연결하는 백본 통신망을 프레임 릴레이(FR) 방식에서 MSPP로 전환했다. 국가행정전산망을 제외하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KT와 데이콤 등 2개 사업자를 통해 2중화했다. 농협의 변화에 자극 받아 신한금융지주 전 계열사 및 외환은행도 지난해 말 이 장비를 도입했다. 현재 대다수 시중 은행들이 MSPP의 도입을 검토하거나,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규 투자비 ‘제로’=기존 통신망에서는 급증하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스위치·라우터 등의 장비가 대규모로 필요했지만 MSPP를 도입하면 이들 장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스위치·라우터 역할을 MSPP 장비가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MSPP 장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는 망을 임대하는 통신사업자의 몫이다.
농협 전산정보분사 김현우 통신팀장은 “기존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트래픽 감당에 수백억원이 필요했지만, MSPP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추가 투자 없이 대역폭만 9∼10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체 백본망에 대한 욕구 증가=MSPP를 도입하려는 또다른 이유는 자체 백본망에 대한 고객의 욕구다. MSPP는 특정 고객만을 위한 별도 망을 구축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은행이 사용하던 통신망은 통신사업자가 백본을 구축하고, 잘게 쪼개서 필요한 회선만큼 기업에 임대해 주던 방식이다. 기업이 월간 사용료를 통신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은 같지만, 기업별 상황에 맞는 백본을 자체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데이터 종류가 급증, 기업별로 각자의 특성에 맞는 통신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요를 MSPP망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용어설명
MSPP(Multi-Service Provisioning Platform)는 여러 신호 체계를 하나로 합쳐도 전송거리가 100∼200m에 불과한 기존 장비에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 기존 통신망이 전화, 팩스, 데이터 등 각기 다른 신호 체계 처리를 위해 3개 회선으로 구성했던데 반해 MSPP를 쓰면 이 모든 신호를 하나의 회선에서 처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