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6671과 2617

조인혜

 22일 무역협회 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결과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신임회장 선출로 마무리됐다. 20일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된 후보가 총회라는 절차를 거쳐 선출됐으니 과거와 비슷한 모양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경선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이뤄지지도 않아 순조롭게 끝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회계보고 등이 끝나고 11시부터 진행된 회장선출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김재철 전임회장을 비롯한 주최 측이 이희범 전 장관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찬반을 묻자 곧바로 방청석 곳곳에서 의사진행 발언이 터져 나왔다. “무협 회장에 산자부 장관이 오는 것은 무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폭거”라는 발언에서부터 “외부 압력에 맞서지 못하고 굴복한 회장단은 사퇴하라”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임시의장을 선출해 선거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다시 하자” 등 온갖 주장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회장단 의사결정을 옹호하는 진영과 그렇지 않은 진영이 첨예하게 나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한때 의장선출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총회는 끝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재청발언자가 없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단독후보 찬반표결을 밀어붙인 점도 두고두고 도마에 오를 것이다. 또 누군가의 지적처럼 회장단 추대와 형식적인 선출이 과연 21세기 무역 5000억달러 시대의 적합한 방식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관료출신 회장에 대한 반대로 시끄러워졌지만 실제로는 무역협회 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불만이 불거져 나온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역협회가 확보한 위임장수가 6671장이고, 경선을 주장하며 중소무역인 대변자로 나선 무역인포럼이 확보한 수는 2617장이라고 한다. 경선 표결로 가도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았을, 큰 차이다. 하지만 무역인포럼이 짧은 시간에 그 정도로 많은 위임장을 확보한 것은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더욱이 무역협회 회원사 6만7000개사 가운데 5만여개 업체는 여전히 위임장도 내지 않은 채 뒤에 숨어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무역협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조인혜·경제과학부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