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SW 게이트

 미국과 중국 유통가에는 이른바 ‘소니 SW게이트 사건’이 화제다. 이 사건은 소니가 새로 출시한 디지털 TV 5개 모델이 총 시청시간 1200시간을 넘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거나 켜지는 제품 불량 사건을 일컫는다.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 같던 이 사건은 유통가에서 ‘게이트’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며 일파만파 확대됐다.

 소니 측에 따르면 불량 디지털 TV는 LCD TV ‘KLV-V26A10, KLV-V32A10, KLV-V40A10’과 프로젝션TV ‘KF-E42A10, KF-E50A10 LCD’다. 이 중 지난해 하반기 TV 패권을 되찾기 위해 초기 마케팅비용에만 1억4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던 브라비아 모델도 포함돼 있다. 중국에서 판매된 소니 모델 중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TV는 모두 1만7923대로 이 가운데 프로젝션 TV 1만2844대,액정 TV 5079대가 불량 TV로 파악될 정도다. C넷은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남미 등을 포함해 무려 40여만대가 문제 제품으로 분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건이 확대되자 소니는 “소프트웨어 설치상의 문제로서 하드웨어 성능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후 문제는 해결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소니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판매를 중지하고 오는 8월 말까지 판매된 TV에 대해 무상으로 SW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의 디지털 TV 전략 ‘브라비아’는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 스트링거 회장은 올 1월 라스베이거스 CES 기조연설에서 ‘LCD TV 등 HD 세상구현을 위한 4대 성장축’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중국·유럽 경쟁업체의 소니를 향한 집중포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세계 유통업체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TV왕국 소니 신화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미국 유통가에서는 지난해 대대적인 판촉전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샤프와 삼성전자 등을 따돌리던 소니 LCD TV ‘브라비아’ 브랜드가 치명타를 맞은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TV명가 소니, 재건에는 걸림돌이 생각보다 많다.

디지털산업부·김상룡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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