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진화하는 의료 전자상거래

[벤처포럼]진화하는 의료 전자상거래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의료 전자상거래를 논하기에 앞서 IT산업 가운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산업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의료 전자상거래도 어떻게 해야 지속 성공이 가능한지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다시 DMB로의 그 끝없는 진화와 현란하리만큼 눈부시게 이뤄진 콘텐츠 개발은 모바일산업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콘텐츠 개발 없이는 지속적인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의 폭발적인 확산에 따라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는 시간·공간 제약을 극복한 새로운 경제활동 양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수단으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는 기술·시장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특히 유통단계를 축소해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모든 거래 내용을 전산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효용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부문의 전자상거래 분야도 뒤늦게 성장하고 있다. 의료 B2B의 고객이 생명을 다루는 비영리 기관으로 일정한 규모를 갖고 있는 데 비해 공급자는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의 영세한 업체로 구성돼 있는 수급구조의 불균형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 전자상거래 시장은 해마다 50% 이상 성장해 현재 약 3조원 규모의 전체 의료산업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기관인만큼 오히려 공정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인식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의료 전자상거래 시장도 모바일 시장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초창기 의료 전자상거래는 환자치료에 필요한 물품구매를 오프라인 방식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구매한다는 개념이었다. 따라서 의료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병원과 공급사 간 구매·조달업무를 시스템으로 통합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 시기 의료 전자상거래 시스템의 주요 기능은 구매요청부터 발주· 견적·입고·재고·출고·배송·결제에 이르는 구매·조달의 모든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있었다. 병원은 양질의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고 업무를 표준화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공급사들은 공정한 납품기회, 마케팅 비용절감 및 시장 확대 등의 효과를 얻었다. 전체 국민의료비 절감에까지 크게 기여했으니 의료 전자상거래의 효용성과 당위성은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의료 전자상거래는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진화된 시스템은 전자상거래로 구매한 모든 물품을 바코드·모바일 시스템으로 병원 내의 자산관리 부서와 진료 부서의 재고관리는 물론이고 불출업무까지 통합해 나가고 있다. 이른바 의료 전자상거래 포털시스템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들은 단순히 구매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재고에 대한 부담 감소로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진료부서는 환자 치료에만 집중하며 정확한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이룰 수 있다. 공급사 역시 병원들의 실사용 물량관리 파악이 가능해져 물동량 조절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머지않아 국내 의료시장이 개방된다. 이에 대비해 병원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력을 높이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체질을 만들어 가야 한다. 도하개발어젠다(DDA)·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여러가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시장을 외국기업에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 이 같은 진화한 형태의 의료 전자상거래는 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이제 겨우 기반 구축을 마친 의료 전자상거래도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병원·공급사·전자상거래 업체 등 의료업계 전체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의료 전자상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최재훈 이지메디컴 대표 jhchoi@ezmedi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