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통·방융합 정책의 핵심

[특별기고]통·방융합 정책의 핵심

 통신기술 발전이 날로 고도화·가속화되면서 현대인의 생활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손 안의 TV’라 불리는 위성DMB를 시작으로 12월에는 지상파DMB가 선보이더니 올 벽두부터 통신·방송융합의 대표격인 IPTV 서비스 상용화를 둘러싼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APEC과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각각 성공리에 시연을 마친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이달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뒤 6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처럼 와이브로·DMB 등 신기술 확산과 통신·방송 등 서로 다른 산업이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가속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에 오는 2010년까지 와이브로 가입자 800만명, DMB 이용자 1000만명, 디지털TV 보급 1000만대 이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u-IT 839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언뜻 이 같은 청사진을 보면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통·방 융합과 디지털 컨버전스를 시대적인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나 실제 현실은 이와 다르다.

 광대역통합망(BcN)을 기반으로 하는 IP기술과 DMB폰과 같은 다기능 컨버전스 단말기 출시 등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요구에 따라 기존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융합서비스에 대한 법·제도적 문제를 놓고 규제기관 사이의 논의가 너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인터넷망과 TV단말기 간 융합서비스인 IPTV가 통·방 융합 이슈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원론적 수준에서 공방만을 거듭하고 있는 방송위와 정통부의 충돌로 관련업계는 투자 기회를,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효율적이고도 혁신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정립을 목적으로 하는 두 기관의 다양한 논의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두 기관의 희망과는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와 국민은 융합서비스에 대한 관할권 차원의 논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통·방 융합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는 동안 미국·영국 등 선진 각국은 글로벌 경쟁력 선점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 2월 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출범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가 꾸려지는 등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총리 등 정책 결정권자들이 통·방융합과 관련한 법·제도 마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통부와 방송위 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은 탓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추진위 출범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통·방융합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규제정책은 소비자로서의 국민 편익을 증진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통·방융합과 디지털 컨버전스 발전에 따른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촉진하고 공익 향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 중심의 규제 방향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통·방산업 특수성과 세계적인 변화추세를 동시에 감안, 세계화에 적합한 규제환경을 조성하고 일관성 있는 규제정책을 추진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융합서비스 시장 활성화와 이를 통한 관련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정보혁명에 이어 제4의 혁명으로 불리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는 이때, 늦긴 했지만 IT산업의 새로운 미래와 사업기회 선점을 위해 지금이라도 이해와 양보 그리고 적절한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 unna@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