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IT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중국이 IT산업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우리나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계도 대규모 신규 투자와 증설을 통해 LCD패널 분야에서 대반격을 시작했다.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경기침체로 내수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IT산업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한다면 수출이나 경제성장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위기감을 갖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수준이 국가 경쟁력의 요체이자 생존의 지름길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면 이는 IT산업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빨간 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중국 산업 및 기술 경쟁력 분석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부문을 제외하면 이동통신·2차전지·가전 등 IT 분야에서 지난해 중국과의 산업 경쟁력 격차가 1∼2.5년에 불과하다. 이동통신단말기(GSM·CDMA)의 한·중 기술격차는 2∼2.5년으로 지난 2003년의 수준을 유지했지만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는 퀄컴의 대중국 저가전략 등의 영향에 따라 가격이나 생산·품질·서비스의 질을 나타내는 산업 경쟁력에서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통신장비는 기술력에서 1년의 차이가 나지만 산업경쟁력에서는 차이가 없고, 오히려 2010년에는 역전될 우려마저 있다고 한다.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 업체도 우리나라에 밀려 고전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투자와 제품 공동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투자비 절감 및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합종연횡이라는 전략으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우선 정확한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또는 일본과의 기술 및 산업 경쟁력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통해 이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먼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선 이상 연구개발비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거세게 추격할 수 있는 것도 연구개발비를 우리보다 더 많이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취약한 기초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산·학·연 연계를 강화해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 만약 우리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기술격차 해소는 기대할 수 없고 일류 상품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는 곧 국가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개방화와 글로벌화에 대비한 기술력 향상과 신기술 선점 등 재도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 감동 마케팅과 제품 생산에 치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첨단 분야의 대외 기술유출을 막아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독자 기술이라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유출된다면 그 기술은 가치를 잃고 만다.
정부도 IT산업 경쟁력은 곧 기업 경쟁력이 모여 나타난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각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이처럼 IT산업을 발전시켜 외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림으로써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