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 압력도 개의치 않는다. 사업 확대를 통해 댁내광가입자망(FTTH) 시장을 장악한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 재편 압력에 시달려 온 NTT그룹이 올해 사업가운데 특히 FTTH 지배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 사업전략을 펼친다. 이는 기존의 지배사업인 유선은 물론 FTTH에서도 선두인 소프트뱅크그룹과 일본 FTTH 양대 축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NTT그룹은 최근 ‘2006 사업계획’을 통해 올해에만 FTTH 가입자 수를 600만건 이상으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동·서지역회사 각각 270만건의 계약을 획득해 전년 대비 1.7배 늘어난 누계 617만건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일본 통신산업에서 NTT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 독과점 논란이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NTT이지만 지금까지 독점해 온 유선 가입자 회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집중해야 할 분야는 FTTH라는 야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NTT, FTTH 장악에 나서다=NTT히가시니혼(동일본)은 FTTH 서비스인 ‘B프래트’ 계약자 수를 연내 150만건 이상 늘릴 계획이다. NTT니시니혼(서일본)은 120만건 증가를 계획했다. 두 회사 모두 판매 계획을 전년 대비 1.5배 늘렸다. 설비투자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 FTTH용 설비투자로만 동일본이 1900억엔, 서일본은 1600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이 두 회사의 ADSL 서비스 계약자 수는 올해 마이너스로 전환해 회계연도 끝 무렵(2007년 3월말)에는 누계 계약자 수로 FTTH가 ADSL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ADSL 서비스 ‘야후BB’의 누계 계약자 수는 지난 해 말 시점에서 약 500만건. 신규 수요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월 순 계약 증가수는 1만건 정도로 하락했다. 결국 NTT동·서지역회사의 ADSL과 FTTH를 합한 누계 계약자수는 올 1월 말 시점에서 865만건에 달하고 있지만 연내 FTTH 단독으로도 야후BB 계약자 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왜 FTTH인가=NTT가 FTTH 서비스 확대를 서두르는 이유는 기존의 유선전화서비스 수입 급감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 이번 사업계획에 따르면 NTT동·서 합계 2006년 매출은 4조1400억엔으로 2005년 대비 약 1010억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음성통화 수입 급감이 주 요인이라고 NTT 측은 보고 있다. NTT동일본의 다카베 도요히코 사장은 “원가 절감 이외 광IP 계통 서비스 수입을 증가시켜 커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FTTH 서비스는 NTT 외 KDDI, 전력계 통신업체 등이 사업에 나선 상태로 NTT동·서의 점유율은 이미 60%에 달한다. NTT는 이미 오는 2010년까지 FTTH 계약자 수를 3000만건으로 확대하겠다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고 이번 2006 사업계획은 그 일환이다. 향후 FTTH 서비스 시장에서 NTT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망=KDDI나 전력계 통신업체들은 일반 가정·법인 가입자 회선을 NTT가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FTTH까지도 NTT가 장악하려는 야심을 경계하고 있다. KDDI는 노골적으로 “현 NTT 독과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NTT의 FTTH 야욕은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NTT는 “유선전화 서비스의 고객 쟁탈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독과점인지 조차도 실감 못하고 있다”며 “NTT가 FTTH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