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업체 회사이름의 비밀...

 1996년, 어느 추운 겨울날, 네트워크 엔지니어 프라딥 신두는 새로 만들 회사 이름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그는 머리도 식힐 겸 딸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푸르고 싱싱한 관목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추운 겨울에도 푸르고 튼튼하게 살아있는 저 나무 이름이 뭐지?”

 “저건 주니퍼라는 나무예요. 아빠, 주니퍼처럼 언제나 튼튼하게 뻗어가라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주니퍼라고 지으면 어때요?”

 프라딥 신두는 딸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사 이름을 ‘주니퍼네트웍스’로 정하고 로고도 뾰족뾰족한 주니퍼 나뭇잎을 형상화해 만든다. 이런 독특한 유래를 갖고 태어난 주니퍼는 10년 후 언제나 푸른 주니퍼 나무처럼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자 잡았다.

 라우터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시스코시스템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름을 따왔다. 20여년 전인 1984년, 스탠퍼드대학에 근무하던 부부 엔지니어 렌 보색과 샌디 러너가 서로에게 e메일을 보내기 위해 라우터를 개발한 것이 시스코시스템스의 출발이다. 이들 부부는 금문교를 상징하는 회사 로고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뒷부분인 시스코를 따 시스코시스템스를 설립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 1위 업체 다산네트웍스의 ‘다산’은 실학의 대가 정약용 선생의 호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고 서양문화인 천주교를 받아들인 다산은 다산네트웍스 창업자 남민우 사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다산의 개방적이고 깨어 있는 정신은 1991년 남 사장이 창업을 결심할 당시 모티브가 됐다. 남민우 사장은 “끊임없이 새 것을 발굴하고 더 넓은 세상의 기예를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다산의 기예론과 실용주의 정신을 닮고 싶어 회사 이름을 아예 ‘다산’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5년 미국 통신사업자 AT&T가 3개사로 분할하면서 태어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빛처럼 선명한’이라는 뜻의 ‘루슨트’와 ‘혁신적인 기술’의 의미를 지닌 ‘테크놀로지스’를 결합한 의미다. 이 회사는 붓으로 그린듯한 붉은 원, 즉 이노베이션 링 로고에 무한한 기술혁신 가능성을 담았다.

 이 밖에 프랑스 장비업체 식스윈드(6WIND)에서 ‘6’ 은 차세대 인터넷주소체계(IPv6)를 의미하고 ‘WIND’는 변화의 바람, 차세대 인터넷으로의 물결(웨이브)을 뜻한다.

 제품 모델명이 그대로 사명이 된 경우도 있다. 대만계 네트워크 장비업체 디링크(DLink)는 무선랜 장비 ‘디링크’ 모델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자 회사 이름을 디링크로 바꿨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코카콜라,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 대부분이 회사 브랜드 가치만도 수백억달러”라며 “이제 브랜드 인지도는 단순한 이름 수준을 넘어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