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팀 버너스 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웹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정보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하이퍼텍스트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기의 웹은 전형적인 문서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액티브X·애플릿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웹도 이제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문서중심 구조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와 비교하면 웹의 단점은 너무도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웹의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06년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웹2.0’이 그것이다. 사실 웹2.0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누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자체가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또한 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신기술을 통칭하는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웹2.0은 기존의 웹과 달리 ‘플랫폼으로서의 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JAX·RSS(Really Simple Syndication) 기술 역시 본질적으로는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은 그 특성상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보다는 데스크톱 또는 포털형 애플리케이션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즉 웹2.0에 기반을 둔 애플리케이션의 최종 수요자는 엔터프라이즈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재의 웹이 그렇듯이 웹2.0 역시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등의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웹2.0은 범용성을 지향하는 웹 브라우저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고, 엔터프라이즈 환경과는 다른 다양한 속성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한계는 비교적 뚜렷해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개인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웹2.0은 기존 웹에 비해여 상당한 효용을 제공할 것만큼은 분명하다.
반면 X인터넷은 그 어원(Extended/Executable Internet)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개념의 뿌리가 웹이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다. 즉 애플리케이션 차원에서 기존의 웹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뛰어 넘음으로써 인터넷에서 마치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와 같은 고급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특히 X인터넷은 기존의 웹 브라우저에서 완전히 독립된 ‘XML 기반 애플리케이션 브라우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포털형 서비스보다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더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불특정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범용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업무 환경에 적합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엔터프라이즈가 가장 큰 수요자라 판단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웹2.0이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 기술의 컨버전스라고 한다면 X인터넷은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디버전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와는 달리 브라우징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웹2.0과 X인터넷은 상호 경쟁 또는 대립 관계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웹2.0은 아직까지 기술 측면보다는 개념적 논의가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과 논란 역시, 기술 논쟁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상당히 치열하다. 반면 X인터넷은 개념적 논의보다는 기술 상용화가 앞서가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도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X인터넷이 화두로 등장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벌써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의 근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은 향후 애플리케이션의 발전방향과 관련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 dustinkim@tobe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