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악 시장에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무료 음악 공유의 대명사인 소리바다와 음원 권리자 단체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지난달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조인식을 갖었다. 이들은 소리바다의 ‘금전적 보상’과 ‘유료화’를 전제로 법적 분쟁 종결을 선언했다. 여타 음악 권리자들과 합의가 남아있지만 지난해 말 유료화에 돌입한 벅스에 이어 소리바다마저 제도권 진입을 선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더 이상 공짜 음악이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업계 전반에 확산중이다. 음원제작자협회는 소리바다 외에도 최근 17개 P2P 업체와 유료화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P2P협의회 전현성 회장은 “음원 권리자 요구 중에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음에도 P2P에 불리한 법적 판결이 잇따르는 사회 분위기상 P2P 업계가 운신할 폭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직 유료화 협상에 나서지 않은 군소 P2P 업체도 많지만 음악계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 이들이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공짜 음악 시대의 종말이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공짜 음악을 구할 곳이 없어졌다고 해서 과연 소비자들이 유료 음악 사이트로 발길을 옮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말 벅스 유료화와 소리바다 서비스 중단을 계기로 유료 디지털음악 사이트의 다운로드 실적이 2배에서 10배까지 급증했지만 이는 과거 다운로드 실적이 창피할 정도로 작았다는 반증도 된다. 성패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대부분의 디지털음악 업계는 현재 ‘소비자들의 유료 서비스 경험치 증가’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디지털음악 사이트에 가보면 연중무휴로 공짜 행사가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이 질 높은 유료 서비스를 경험한다면 자연스럽게 돈을 내게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같은 생각이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평소 디지털음악을 즐긴다는 이정우씨(32)는 “상당수 소비자들은 무료행사가 끝나면 해당 사이트 이용을 끝낸다”며 “불법 사이트에서 음악을 받는 것보다 유료 사이트에서 받는게 더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유료 사이트가 폐쇄적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정책을 유지해 소비자가 구입한 디지털음악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한다면 유료 서비스의 미래는 밝지 않다.
한석우 쥬크온 사장은 “공짜 음악을 받을 곳이 없어진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돈을 내고 음악을 살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라며 “DRM 없는 MP3 음악을 판매하고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