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휴대폰 운용체계(OS)가 10년 만에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유연한 체계로 변경한다. 퀄컴은 특히 새 OS 도입과 함께 기존 ‘브루’ 플랫폼과도 유기적인 연동을 모색, 휴대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퀄컴은 올 2분기 이후 공급하는 MSM 칩세트부터 기존 ‘렉스’ 대신 마이크로커널 방식의 새 OS ‘L4’를 공급하기로 했다. L4가 최초로 지원될 칩세트는 MSM 6800 또는 MSM 7500이 될 전망이다.
퀄컴코리아 관계자는 “휴대폰 소프트웨어가 날로 복잡해져 기존 OS로는 이를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OS를 L4로 변경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커널이란 OS의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기능을 프로세스 단위로 최적화한 방식을 말한다. L4는 PC용 칩인 ‘인텔 386’에 대응해 개발됐던 것으로 이후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실시간운용체계(RTOS)로 발전돼왔다. 퀄컴은 기존의 L4 규격을 휴대폰에 최적화해 공급할 계획이다.
L4의 특징은 동작 모드를 유저 모드와 슈퍼바이저 모드로 구분, 휴대폰에서 진정한 멀티태스킹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또 메모리 관리 기능과 바이러스 공격에 대한 대응력도 높여 보안성을 강화했다. 퀄컴 관계자는 “L4는 렉스에 비해 개발자 활용 범위를 넓히는 등 소프트웨어 유연성을 높였다”며 “L4 자체가 OS 역할도 하지만 렉스처럼 다른 OS를 추가로 탑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모바일 플랫폼 ‘브루 4.0’부터 시스템 기능만을 담은 ‘브루 API ONE’도 선보일 예정이다. L4와 API ONE을 연계해 더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국내 업계는 10년 만의 OS 변경과 관련, 시스템 기능 개선 기대와 함께 퀄컴의 소프트웨어 지배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기존 렉스가 멀티 애플리케이션 적용에 한계를 보인만큼 L4로의 전환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브루와의 연동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L4와 API ONE의 연동은 향후 퀄컴의 소프트웨어 지배력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도 “10년 만에 OS가 바뀌는만큼 초기 안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며 “기능이 개선돼 휴대폰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퀄컴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