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파키스탄 지진, 허리케인 카트리나·리타 등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전국 폭설, 서울 지하철 전동차 화재, 대구 서문시장 화재, 양양 대형 산불 등이 발생해 국민에게 큰 충격과 재산 피해를 안겨주었다. 지난해 자연 재난으로 인한 피해액만도 154조원, 이로 인한 사망자도 9만19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재난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재난 관리를 위해 소방방재청을 발족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재난 대처 상황도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과학기술 장비를 이용해 재해 및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위험이나 재난을 예측해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비상상황 발생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안전 및 재난관리 기관이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이 필수다. 현재 소방방재청 주도로 기존 경찰청 무선통신망을 통합해 시범 서비스망이 구축되고 있으며, 오는 2008년까지 전국 규모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공되는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이 완료된다. 이를 통해 소방방재청·철도청·지하철·경찰청·산림청과 육·해·공 응급의료기관 등은 국가비상시나 긴급 재난 발생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직접 상호 통신할 수 있게 된다.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기술은 복수의 무선통신 채널을 제어해 다수의 이용자가 무선채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주파수 공용 무선통신방식(TRS)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통신의 신뢰성·안정성·생존성·보안성·통보성 등의 타당성을 조사해 지난 2003년 10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의 무선통신 표준인 테트라(TETRA)를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기술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기술 표준이 지난해 4월 한국통신기술협회(TTA)에서 국내 표준으로 확정됐으며, 현재 추가 기술에 대해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 시범사업은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또 재난 대응 관련 22개 기관이 시범서비스에 참여, 디지털 TRS 무선통신망의 그룹통신 및 데이터 통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국 규모의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시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주요 기능을 검증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영국은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경찰·소방 등 8개 기관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91년부터 지속적으로 미시간주 등 20개 주정부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호주도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경찰·구급·소방 등 20개 기관을 통합하고 있다.
이처럼 재난 대비 방편으로 각 재난 관련 기관을 잇는 ‘하나된 무선통신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나라도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재난관리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이 시작됐다.
그동안 우리는 재난재해에 늑장 대응하면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적 피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지켜 봐왔는데, 더는 그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재난 예방과 신속한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 도입에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한 지역의 재해라 할지라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나비 효과’를 연상시키듯 그 파급 효과는 연쇄 피해를 가져오며 번져 나간다. 충견이 많이 나오는 개띠 해를 맞아 다시는 안타까운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을 비롯해 체계적인 재난 방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는 공공안전과 재난 예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응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eb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