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통합에 대비하자

[미래포럼]통합에 대비하자

 최근 국내 경제환경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IT분야에 기업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로 이익을 얻는 기업, 즉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의 IT 관련 투자는 살아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IT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유비쿼터스 환경이 도래하는 지금 기업의 IT부문은 그 어느 영역보다 중요하며 현재 국내기업 상황은 간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환경이 어려울수록 기업은 IT부문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IT부문 투자 소홀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IT부문 투자에서 기업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실시간 기업경영(RTE:Real Time Enterprise)’이 아닌가 싶다. RTE란 최신 정보를 활용해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그 실행 과정에서 생기는 처리지연 사태를 지속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이른바 ‘실시간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을 구성하는 다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가운데 지연 사태를 야기하는 요소를 찾아내 이를 방지·제거함으로써 어떤 환경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RTE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기업 프로세스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기업의 IT 환경은 너무나 복잡하고 시스템 간 통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시스템뿐만 아니라 ERP, 각종 패키지SW 등이 혼재돼 있는 매우 복잡한 IT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기업은 국내 사업장은 물론이고 해외 법인이 서로 다른 ERP나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복잡하고 분산된 IT 환경으로는 RTE를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RTE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IT 프로젝트가 있어 화제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시도되고 있는 ‘글로벌 ERP 통합 프로젝트’는 기존 법인별로 구축돼 있던 ERP시스템을 하나의 인스턴스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이로써 이 기업은 개별 운영되던 시스템과 시스템 분리로 인한 실시간 대응 문제점을 해결할 방침이다.

 물론 이 시스템 구축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전사적인 단일 시스템이다 보니 이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기업활동 자체가 정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통합 시스템’ 구축시 고도의 안정성과 보안 등 다양한 기술적 문제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돼야 함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잠재적인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주는 많은 장점은 이 기업이 ‘전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게끔 하고 있다. 시스템 통합이야말로 RTE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기초를 확립하는 것임을 파악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성공 여부에 따라 그동안 기술적인 리스크 때문에 통합을 주저했던 다른 기업도 자사의 시스템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통합에 대한 기업의 사전 준비다. 국내 기업은 지금 당장 통합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향후 ‘통합 프로젝트’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할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업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과 ‘제품 및 아키텍처에 표준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 기업은 전사적인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를 설계한 뒤 각각의 아키텍처 레이어에 해당하는 솔루션을 표준화해야 한다.

 글로벌화에 따라 기업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기업 가치 제고와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업에 최적화된 시스템 통합과 이를 통한 ‘RTE’ 환경 구축만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권기식 한국오라클 연구개발센터 본부장 kisik.kwon@ora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