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과 전자부품 DB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중국 전자과학기술정보연구소(ETIRI)와 “한·중 전자부품 DB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가 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한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일본과 전자부품 DB 통합을 완료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이어 중국과 전자부품 DB를 통합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동북아 3국 간 전자부품 분야의 e비즈 협력사업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중국 ETIRI는 신식산업부 직속 연구기관으로 현재 중국 전자부품 및 제조회사 관련 DB를 구축중이다. 앞으로 전자부품 DB 시스템 상호연계와 부품 분류체계 정립·콘텐츠 교환 및 분석 등의 작업을 한국과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중국은 앞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전자부품 표준작업을 하고 내년에는 3국 전자부품 검색DB를 연계해 2009년에는 동북아 전자산업 포털 시스템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부품시장의 70% 이상을 한국과 중국·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국의 부품DB가 통합돼 온라인 정보교환 및 거래로 이어진다면 부품 거래에 일대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업계의 해외시장 개척과 동북아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3국 간 전자부품DB가 통합되면 각 국의 전자부품 및 세트업체들은 더욱 쉽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이용함으로써 구매자와 연결, 필요한 부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성과는 한국이 추진하는 동북아 전자산업 통합시스템 구축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일의 효율적인 추진이다. 우선 3국이 전자상거래의 핵심 인프라인 표준화 작업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부품 분류체계 등 표준화 작업이 지연되면 DB 공동 활용과 협력도 기대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의 핵심 인프라인 표준화 및 DB교류 상호연계로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일 간 운영하고 있는 ‘한·일 전자부품DB 시스템은 ISO/IEC 등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전자부품 제조업체 및 세트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업체 및 부품정보 관리, 업체 간 거래와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전자부품 DB(390여개사 110만 부품정보)가 구축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산업자원 정보(잉여 기자개 등) △기업정보 △부품정보와 연계돼 있어 세트·부품 업계는 더욱 편리하게 부품을 수입·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시스템을 잘 활용해 성과를 높이려면 기업이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만약 국내 업체의 기술력과 제품 품질·가격 경쟁력이 외국에 비해 떨어진다면 오히려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국내 일부 ‘넛 크래커’ 부품업체는 B2B기반 확대로 인해 제품 경쟁력이 상대에게 뒤져 생존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은 이 시스템이 각국 부품산업 정보의 원활한 교환 및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국내 업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품질혁신 등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향상에 주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