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인도의 힘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인도 IT의 잠재력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어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붕괴됐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인도다. 당시 전체 수출의 18%를 소련에 의존하던 인도는 소련 붕괴 후 그 비율이 3%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인도 경제회생의 비밀무기는 움직이고 있었다.

 인도 초대수상 자와할랄 네루가 세운 인도공과대(IIT) 출신 엔지니어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65년 파키스탄 인도전쟁에서 미국이 파키스탄 편을 들자 인도정부는 10년 안에 소형 및 중형 컴퓨터를 자족하겠다는 계획에 착수했다. 또 SW 수출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밀었다. 특히 1999년 태평양을 건너는 초고속 광통신망 개설은 이 같은 정책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최고 일류대로 꼽히는 IIT의 연간 졸업생 수는 3000명이다. 이들의 최초 연봉조차 1만∼1만2000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의 과학 및 공학 부문 연간 졸업생은 40만명이고, 최초 연봉은 5만달러 이상이다.

 이미 방갈로르의 IT 엔지니어 수는 15만명으로, 실리콘 밸리의 13만명을 추월했다. 현재 40만명에 이르는 인도 총 엔지니어 수는 2년 안에 10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엔지니어들은 미국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봉급으로 세계의 IT서비스를 흡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서비스 부문은 인도로 대거 아웃소싱되면서 우리 삶의 거의 대부분이 그 영향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 우리 회계업체의 장부와 웹페이지 설계SW·회계 프로그램·시스템 운용 용역은 물론이고 어제 찍은 엑스레이·MRI 사진 등이 모두 인도에서 처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타타·인포시스·위프로·새티암 등이 세계 굴지의 IT회사로 성장했다.

 그런 인도가 이제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에 대한 아웃소싱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1965년 파키스탄과 인도 간 분쟁이 있었을 때 파키스탄의 손을 들어주었던 미국이 이번 민간 핵개발에 대해서는 인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해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앞서 말한 인도 IT의 잠재력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SW 수출액은 10억달러, 인도의 2004년 SW 수출액은 160억달러였다.

 국제기획부·이재구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