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악 새판 짠다](4.끝)상생의 조건

‘LG텔레콤, 5대 음악 권리 단체와 손 잡아.’

 ‘벅스, 음악계와 대타협.’

 ‘소리바다, 음원제작자협회와 화해.’

 디지털음악 시장에는 유난히 ‘대타협’이나 ‘협력’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다양한 권리와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디지털음악 시장이니 만큼 ‘상생’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기 일쑤인 상황에서 ‘대타협’을 이루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하다.

 하지만 수많은 ‘대타협’이 실제 우리 디지털음악 시장의 건실한 발전으로 이어졌는지를 되돌아보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04년 LG텔레콤이 음악 권리자들과 손을 잡고 ‘뮤직온’을 출범시켰을 당시 협상 당사자들은 다양한 제휴 사이트에서 음악을 즐기는 개방형 사업모델을 표방했다. 또 1년간의 무료체험 행사를 진행하되 그 사이 표준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과 정산 시스템을 개발해 전체 음악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뮤직온’은 SK텔레콤 ‘멜론’과 KTF ‘도시락’과 같은 정액제 음악서비스일 뿐이다.

 벅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4년 8월 음원제작자협회에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대타협’을 선언했지만 1년이 지난 2005년 9월에야 ‘부분 유료화’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벅스는 현재 유상증자와 코스닥 상장으로 디지털음악 시장의 실력자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시장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게 관건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음원제작자협회에 85억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주기로 하고 서비스를 재오픈한 소리바다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대타협’의 이유가 ‘금전적 보상’으로만 비치고 음악시장 발전 전략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유는 뭘까. ‘세부 협상 전략’만 있고 ‘시장 발전을 위한 고민’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상 내용이나 과정이 향후 디지털음악 시장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얻어낼까’ 만을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시장을 함께 키워나갈 동반자로 간주하고 머리를 모으지 못했다. 머리를 모아 전체의 의견을 만들다가도 자기 회사에 유리한 조건이 등장하면 금세 돌아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디지털음악 시장을 함께 발전시킬 한 축인 소비자가 항상 논의의 중심에서 빠져있다는 것도 문제다. 서비스 업체와 음악 권리자가 애써서 합의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이를 사용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그 서비스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음악=공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음악 콘텐츠의 경쟁력을 함께 키워나가야 함은 대전제다.

 임승일 만인에미디어 사장은 “해외 유수 음악서비스 업체들은 전세계 음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장 장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이제 좁은 시장에서 아옹다옹할 때는 지났으며 ‘디지털음악 시장 발전’이라는 대의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