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도 통합을 서두르는데…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u코리아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2010년에는 고선명TV에 버금가는 XVGA급 영상정보도 유선이든 무선이든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 정보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기간망에서는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의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전자태그(RFID)가 실핏줄처럼 전국 방방곡곡, 집안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 말 그대로 완벽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이 같은 u코리아 구현은 정보교환 환경만 개선시키는 게 아니라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2000달러, 국가경쟁력 15위, 삶의 질 25위권으로 올려놓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창출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국민경제 기여도가 높은만큼 결코 과장된 얘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같은 청사진에 가슴이 벅차고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u코리아 구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방송 융합제도 개선조차도 지지부진하다. 통·방 융합 구조개편을 위한 준비단을 꾸리는 작업은 시작됐지만 앞으로 험난한 일정이 가로놓여 있다. 구조개편추진위 출범 시기, 추진위 구성 방식, 구체적인 제도개편 내용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다 합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방 융합에 대비한 새로운 법안 내용을 따로 내놓고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통·방 융합 관련 법안을 놓고 두 기관이 벌이고 있는 논쟁을 지켜보노라면 원래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논쟁의 핵심은 어떤 규제 방식이 통신과 방송 간 진입장벽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동시에 기존 사업자들과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지다. IPTV를 놓고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인터넷방송사업자 간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통·방 융합제도 개선의 본질은 통·방 융합 서비스에 대한 제각각의 규제를 가능한 한 통합하는 데 있다. 그만큼 기존 법과 제도를 최대한 통합하고, 서비스마다 다른 규제 꼬리표를 통합된 시장 차원의 큰 틀에 맞게 정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자본시장 통합 방침이다.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14개 법률 중 절반 정도를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 하나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는 게 재경부의 복안이다. 진입장벽이 철저한, 서로 다른 자본시장을 하나의 포괄시장으로 통합 규제해야만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여겨진다.

 금융 분야는 국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제와 세분화된 시장이 존재해온 곳이다. 금융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분된 시장분할이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끝내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비록 IMF 이후 8년 만이기는 하지만 규제완화에 미온적이었던 재경부가 시장 통합을 목표로 획기적인 제도 개선과 규제 혁파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재경부의 이 같은 결정을 통·방 융합제도 문제 해결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경쟁력에서나 기술력에서 앞서며 세계를 선도해온 통신산업이 방송과의 융합이라는 덫에 걸려 금융 분야의 변화와 혁신 속도조차 따라잡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통·방 융합의 본질은 시장 통합이 궁극적인 목표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데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