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자 무선랜 `WAPI` 재시동

 중국정부가 독자 무선랜암호화표준(WAPI: Wired Authentication and Privacy Infrastructure)의 보급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중국 현지언론과 AP통신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내 22개 IT업체들은 지난 7일 WAPI의 보급확산을 목적으로 ‘WAPI산업연맹’을 결성했다.

이 단체는 중국 4대 통신사업자와 화웨이, 레노보, 하이얼, 다탕 모바일 등 주요 IT제조업체들이 참여해 사실상 중국 IT산업을 대표하는 드림팀이다.

WAPI산업연맹은 앞으로 신식산업부와 협조해 WAPI표준을 지원하는 무선랜 제품의 개발, 보급 및 국제표준화에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이 단체의 결성을 계기로 중국정부가 WAPI 지원대책에 발벗고 나서 미국측과 통상마찰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식산업부와 과기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IT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WAPI산업연맹을 위한 준비회의를 갖는 등 단체설립을 독려해 왔다. 또 올들어 중국정부가 발주한 무선랜 구축사업에서 인텔 등 외국계 업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일체 배제되고 WAPI기술을 채택한 중국업체들만 뽑혔다.

중국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올해 IT분야의 6대 산업화 과제로 WAPI 보급을 일순위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중국정부는 법률로 강제하지 않고도 중국 무선랜 시장에서 WAPI가 유일한 표준으로 자리를 잡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004년 초부터 중국정부는 국제표준과 호환성이 없는 자체 무선랜 규격 WAPI를 제정, 의무화하려 했다. 당시 중국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무선랜 암호표준 802.11을 도입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며 독자적인 무선랜 표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새로운 WAPI 암호코드의 배포권한을 11개 자국업체에 독점시키면서 외국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국제적 비난이 고조됐다.

결국 중국은 심각한 통상마찰을 일으킨 WAPI의 강제도입을 유보하는 대신 WAPI를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ISO회의에서 중국이 제안한 WAPI 표준안은 미국의 완강한 반대로 부결돼 중국이 완패했다.

이를 교훈삼아 중국당국은 최근 외국기업 최초로 미국의 커넥선트를 WAPI 표준그룹에 포함시키는 등 미국정부의 반발을 피하려고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NDRC의 장샤오치앙 부주임은 업체 관계자들에게 “WAPI를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정부의 두번째 WAPI 드라이브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