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부총리의 `한·미 FTA` 예찬

김준배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9일 과천청사에서 기자단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 추진 동향’을 발표했다. 추진 동향 내용은 매우 짧았으며 알려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한·미 FTA에 따른 기대효과’, 정확히는 ‘추진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에 할애했다. 한 부총리의 주요 발언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며 한·미 FTA는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시장과의 통합이 가져다줄 효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간 무역이 확대균형으로 발전함으로써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제3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가 유입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한 부총리는 “한·미 FTA는 제2의 장기 성장전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성공하면 우리 경제 능력이 크게 향상돼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데 필요한 사회안전망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발언했다.

 전체의 4분의 3가량이 ‘한·미 FTA 예찬’이었다. 브리핑을 마칠 때까지 미국과의 FTA에 대한 문제점은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기자는 브리핑을 들으면서 두 가지에 대해 우려감이 들었다.

 하나는 만약 FTA가 체결되지 못했을 경우다. 한 부총리가 이렇게까지 효과에 대해 극찬을 했는데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어떻게 수습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행정부 여건상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또 하나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이미 스크린쿼터 축소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 수장의 발언에 관심이 없을 리 만무하다. 한 부총리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미국 정부가 급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작은 것을 잡으려다 오히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