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과 파괴 그리고 그것과 결부된 사회적 혼란은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다. 남북한도 이러한 현실에서 예외가 아니다. 환경오염과 파괴가 없다는 북한당국의 선전과는 달리 북한에도 산림파괴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우리에게도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고 생활의 질을 높이려면 환경문제의 해결은 절실한 과제다. 따라서 환경 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은 이념·체제 간 차이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호 공통의 삶의 터전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서로 이해에 부합하는 사안이다.
한반도가 남북한 주민과 그 후세들이 살아가야 할 유일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한반도 주민의 생활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남북한이 정치적 통일 여부와 관계없이 상호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당위성 외에, 환경 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실천성이 높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력과 기술력, 체제 내적 역량을 비추어 볼 때 환경문제를 자력으로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북한에 필요한 기술과 재정적 지원을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및 환경공동체 건설 구상에 입각해 상호 교류·협력을 추구하려는 한국이다. 둘째, 한반도의 환경문제는 지역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남북한이 모두 직면하고 있는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공통의 문제며, 따라서 환경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남북한이 환경문제의 해결에 상호 협력할 때 그 효과는 더욱 제고될 수 있다. 셋째, 환경문제에 관한 상호 협력은 정치·군사적, 혹은 경제적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난제로섬(non zero-sum)’ 혹은 ‘포지티브섬(positive sum)’ 분야다.
이러한 고려에서 구체적으로 남북한 환경 분야 교류·협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기술 지원으로 해당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환경보호 및 자원관리와 관련 있는 북한의 국가 환경기구·조직의 능력과 기술력을 제고한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가 포함된다. 또 환경분야의 관리 및 전문가의 방문이나 체류를 통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한다.
둘째, 장비 제공으로 협력사업에 긴급하게 필요한 장비를 제공한다. 최첨단 장비보다 다소 초기 수준의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며, 이때 북한에 대한 전략적 기술의 국제적 금수조치에 저촉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자료·정보의 제공으로 국제적 고립에 따라 세계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적 차원에서도 기본적인 환경관련 자료·정보가 미흡한 북한에 환경관리와 관련한 자료·정보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자료·정보의 국제적 교류에서 북한의 고립이 지속되면 북한의 환경과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사실을 인식시킨다.
넷째, 제도혁신의 주지로 북한의 환경조직·관리·재정에 제도적인 혁신이 필수적임을 인식시킨다. 이를 위한 교육과정을 역내의 환경 협력 틀을 마련해 북한이 참가하도록 한다. 참여인력들이 환경기준의 표준화, 공통의 환경용어, 공동연구 등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면 환경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북한경제의 점진적 개혁 필요성도 자연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재정의 지원으로 양자적, 다자적, 국제기구적 차원의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교류·협력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한다. 남북한 환경 교류·협력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환경부 혹은 정부의 환경관련 특별회계 및 환경기금을 설치해 조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 공채의 발행도 고려할 수 있으며, 사업 성격에 따라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비롯한 환경차관 제공을 확대해 북한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국외적으로는 ADB, WB, ODA, UNDP, GEF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모색한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songw@kin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