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를 주장하는 영화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예상처럼 이들이 갖는 스타성은 유감없이 발휘돼 한마디 한마디가 실시간으로 여론에 전달된다.
반면 스타의 1인 시위가 한창인 광화문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의 오리온전기 노동자 1인 시위는 여론의 관심은커녕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투기 자본의 일방적 청산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오리온전기의 노동자 1인 시위는 조용함 그 자체다.
각각의 목적을 갖고 시작된 영화배우와 오리온전기 노동자의 1인 시위는 초반 양상 또한 천양지차다. 스타의 1인 시위가 지속되면서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한 여론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오리온전기 노동자의 1인 시위는 스타의 1인 시위가 빛을 발할수록 짙은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리온전기 노동자가 체감하는 광화문의 온도는 3월 꽃샘추위만큼이나 매섭다.
생산 현장에 젊음을 통째로 바쳤지만 청산이 결정된 이후 수개월째 아무런 대비 없이 일자리를 잃은 1300명의 노동자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외침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리온전기는 졸속 매각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고 있다. 오리온전기 해외 매각 당시 앞장섰던 정부는 물론이고 이해관계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축적된 부를 빼내가는 한편 노동자 및 사회 구성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투기자본의 전형적 폐해를 오리온전기 사태를 통해 확인한만큼 이제라도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외국 투기자본의 기업 사냥으로 노동자가 죽는다’는 오리온전기 노동자의 외침이 스타의 목소리에 가려 제대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갈수록 잦아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