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산업의 레드 오션 전략

[미래포럼]SW산업의 레드 오션 전략

최근 한국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싸고 혼란에 빠져 있다. 연간 146일에 달하던 한국 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정부 결정에 영화계가 발끈하고 있다. 영화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은 지금, 연간 상영일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현재의 스크린쿼터는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스크린쿼터 논쟁을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스크린쿼터’ 같은 시장보호 장치는커녕 국내 기업을 살리기 위한 변변한 시장 지원정책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SW 산업을 일컬어 미래형 지식산업 또는 미래형 기간산업이라고 표현한다. 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SW산업 부가가치는 약 62.7%에 달한다. 이는 현재 정부가 고용 창출 기대효과가 가장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서비스업(50.1%), 제조업(24.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미래형 산업인 SW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국가 대표기업의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SW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SW회사를 꼽으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SW산업이 내수기반으로 자생력을 갖기 위해 인구가 최소 1억명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는 국토 규모와 경제력 등에 영향받는만큼 단 기간에 늘리기 힘들다. 그럼 1억명도 안 되는 한국의 SW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것인가.

 SW 강국인 미국·중국·인도 등을 살펴보면 적어도 한국 SW산업의 미래는 암담한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SW 관련학과 지원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급감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SW산업 육성의지로 인식변화 조짐이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많은 중소 SW 벤처기업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저가입찰에 허덕이고 있고 대형 SI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성공한 SW회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벤처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섰지만, 정작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살리기보다는 고사위기의 상장기업을 살리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정부는 SW산업진흥법, 품질인증, 해외진출, 기술성 평가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국내 SW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에는 IT839전략 산업 중 하나로 SW산업을 지정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가 아쉽다. 정부 지원이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콘텐츠산업에 집중된 느낌이 든다. 진정 SW분야를 국가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기 원한다면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70년대 초 중화학공업을 일으킬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듯이 SW 산업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서 5년,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또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해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 SW분야를 선정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SW 강국인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 SW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SW산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SW산업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 오는 2010년 이후 도래할 노령화 사회와 개인화된 사회를 고려할 때 고용창출 효과와 부가가치가 높은 SW산업이야말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류효삼 마크애니 사장, hsyoo@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