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R&D도시로 바뀌고 있는 중국 선전

정재훈

 중국 선전은 더는 노동집약적 제조업 기반의 도시가 아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 올해로 26년이 된 중국 선전이 노동집약 산업에서 연구개발(R&D) 산업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남성노동자 대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1 대 7일 정도로 여성노동자가 많지만 선전의 산업구조는 이제 노동집약에서 첨단 산업분야 R&D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산업 분야도 전자·통신·디스플레이·모바일 등 첨단 IT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선전에서 10여년 동안 기업활동을 해온 한 한국 기업인은 최근 값싼 노동력을 믿고 선전에 투자하려다 거절당한 기업이 적지 않다고 현지 사정을 전한다. 비록 지금까지는 제조업 중심이었지만 앞으로 선진기술을 받아들여 제조와 기술이 접목된 첨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만들겠다는 게 선전시의 방침이다.

 이제 첨단 IT분야가 아닌 단순 제조로는 발을 붙일 수 없는 곳이 바로 선전이다. 시 정부도 값싼 노동력의 대량 고용보다는 노동인력이 줄어들더라도 고급 기술인력이 일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만들겠다는 창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선전 특구에는 기술중심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집약을 요구하는 기업들은 인근 후난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선전이 R&D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전에선 전 세계 전자제품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 같은 전자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케팅과 비즈니스가 집중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R&D까지 접목된다면 선전은 생산과 R&D, 마케팅이 어우러진 세계 최대 산업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작정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R&D기업만을 골라 문을 열어주는 선전을 보면서 앞으로 10년 후 중국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선전(중국)=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