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업체인 FPT를 방문했다.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FPT는 IBM과 HP는 물론이고 노키아·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의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해 베트남 전역에 공급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전자와 같은 위상을 가진 IT업체다.
FTP는 최근 국내 SW업체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IT플러스가 BEA 제품을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공급하면서 한국 SW에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 몇몇 국내 SW업체와도 제품 공급과 관련해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의 한 SW업체에 제품이 좋아 보여 제품 설명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영문 제품 소개서가 없다고 하더군요. 베트남 엔지니어들에게 영어로 제품을 설명하고 시현할 임직원들 없고요.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사정이 이러면 제품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초우 FTP 사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 SW업체의 베트남 시장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영어 문제(English Problem)’를 꼽았다. 그는 “베트남과 한국이 정서적으로 가까운 탓인지 한국 SW는 배우기 쉽다. 기술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 SW업체들의 비즈니스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FTP가 접촉했던 4∼5개의 국내 SW업체 중 제대로 된 영문 제품 설명서를 갖추고 있는 회사는 단 1곳에 불과했다.
엔지니어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베트남은 현재 사실상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컴퓨팅에 관해선 모든 것이 새로운 나라다. 즉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도 함께 서비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어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소통하지 못하면 흥정이 오가지 않는 법이다.
초우 사장은 “베트남에는 앞으로 10년간 (컴퓨팅)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베트남 IT시장은 매년 20%가 넘는 고성장세를 기록하며 동남아 컴퓨팅 수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국내 SW업체들이 베트남을 통해 동남아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영어 문제로 베트남 ‘10년 혁신’을 놓칠 것 같아 안타깝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