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WBC와 프리보드

 지난 2003년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도 미국 메이저리그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았던 국민타자 이승엽이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당당히 ‘홈런타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좌절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자리잡은 이승엽은 이번 WBC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기록을 작성, 어느새 투수와 감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변했다. 이승엽을 보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눈도 달라졌다. 당장에라도 메이저리그로 데려가겠다는 태세다.

 한국 야구를 보는 야구 선진국들의 눈도 달라졌다.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 “공 50개로 끝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일본과 미국 야구에 한국야구가 패배의 쓴 잔을 거푸 마시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 야구의 큰 시장인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WBC가 한국 야구를 돋보이게 한 등용문 역할을 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증권시장에서는 프리보드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힘겨워하는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를 꿈꿀 수 있는 등용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비상장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된 ‘제3시장(장외 호가중개시장)’을 개편해 지난해 7월 새롭게 출발한 프리보드에 발전 가능성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리보드의 시가 총액이 2004년보다 15% 증가했고 일 평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에 비해 83%나 늘어났다. 특히 최근 증권업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상장기업의 58%가 프리보드에 진입할 의사를 표시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도 했다.

 코스닥이 나름대로 벤처기업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코스닥에는 1만개가 넘는 벤처기업 중 4%만이 상장돼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이후 코스닥 진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일부 성공한 벤처기업만이 코스닥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좀 더 많은 벤처기업이 자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프리보드의 진입요건이 낮춰졌지만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제도적 지원 미비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