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에서 SW 강국으로 가기 위한 SW산업 발전전략이 나오고 올해를 ‘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는 소식에 반가운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SW산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73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SW는 일반 공산품 같지 않아서 만져 볼 수도 없는 특성 때문에 ‘산업’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를 꺼렸다. SW를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습게 알았다. ‘그거 저 밑에 하위 직원들이 짜는 것’이라면서 소홀히 생각하기 일쑤였다.
SW 강국이 되려면 적어도 우리가 지금 외국에 지급하는 SW 로열티가 아주 적어지고 우리 손으로 개발한 SW패키지가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야 한다. 지난번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이 한 대학의 특강에서 “한국의 HW와 인도의 SW가 합치면 최상의 제품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도 대통령이 ‘SW는 인도’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은 이미 고급두뇌에 대한 정책이 수립돼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W 개발은 곧 고급 전문인력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인도 못지않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민족이다.
SW 개발인력은 기술과 연습만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 안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SW에 관한 요구사항 분석에서부터 SW 설계를 하는 단계에는 컴퓨터 과학에 관한 고도의 기술과 더불어 방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초기 잘못 설계돼 만들어진 SW 패키지는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많고 힘든데다 효율성이 떨어져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 SW 고급인력 양성 정책을 논할 때 새로운 인력 배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중요 경력자에 대한 관리 역시 중요하다. 또 여성이 차지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두뇌 싸움에서는 성별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일 하기에는 아직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적극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첫째, 고급인력 양성 정책에서 여성의 몫이 확대돼야 한다. 정보사회가 여성의 시대라고 부르짖었던 것이 바로 SW 개발 부문의 적합성 때문이다. SW 개발은 바로 두뇌 싸움이다. SW의 대상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무서운 힘을 가진 대형 SW에서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소형 SW까지 다양하다. 여성이 섬세하고도 창의성 있는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다.
둘째, 재교육 정책에 IT 여성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여성은 숙명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 피할 수 없는 휴직 기간이 지나 다시 직장이나 재취업 기회를 가지려고 할 때 IT 기술과 기업의 빠른 변화 추이를 따라잡지 않으면 합류하기가 어렵다. 요즘 새로운 형태의 고급 IT 여성 유휴 인력이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주기가 짧은 산업사회로의 회귀 같은 느낌이 든다. 대형SW 개발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고급 여성 IT 인력이 사장되는 것은 대단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경력자를 제쳐 놓고 인력 부족 현상만 내세워 새로운 인력 양성에만 치우치는 것은 현명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
셋째,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곳을 많이 만들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요즘 저출산의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아이를 낳으라고만 종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들의 출산 장려 정책이 나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정작 여성의 처지에서는 조금 당황스럽다. 아기를 낳은 후에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넷째, 유연한 직업 의식의 정착이 필요하다. 미래학자들이 ‘21세기는 직업은 있으되 직장은 없다’고 한 말을 곱씹어서 우리 사회에 잘 적용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 없는 성장’의 모순을 해결할 묘안도 그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면 여성들이 일과 육아와 자기성취를 위한 인간 본연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덜 어려울 것이다. 또 여성들에게 저임금을 기대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고급 SW를 생산하며 고급인력의 사장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이기호(한국여성정보인협회 이사장) khlee@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