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LG전자의 KTFT 인수계획 발표를 접하면서 기억의 수레바퀴는 지난해 5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날 오후 국내 이동통신 업계를 깜짝 놀라게 대형사고(?) 한 건이 터졌다. 팬택계열이 SK텔레콤의 휴대폰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한다는 것. ‘돈 싸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겠다는 팬택계열의 포석이었다.
결과는 주효했다. 팬택계열은 휴대폰 내수 판매에서 LG전자를 앞서기 시작했다. 팬택계열이 멋지게 LG전자에 선방을 날린 셈이었다. 당혹해 하던 LG전자는 당시 ‘점유율 경쟁 지양, 프리미엄 전략 추구’ 카드를 내밀었다.
이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난 17일. LG전자는 조회공시를 통해 KTFT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단은 SK텔레텍에 이어 또 하나의 중견 휴대폰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LG전자가 KTFT를 인수하려는 배경으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KT·KTF와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계열사인 LG텔레콤을 지원한다거나, 장기적으로 일본 NTT도코모에 대한 단말기 공급을 추진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다만 내수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번 인수계획 발표는 10개월 전 팬택계열이 날린 선방에 대한 보복성 역공이 아닐까. 지난 10개월 동안 남 모르게 속앓이를 해 왔던 LG전자에 숨통이 트일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어디 형님한테 덤벼!’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도 담겨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회사인 LG전자는 지난해 내수 3위로 처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팬택은 이번 LG전자의 KTFT 인수에 대해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 동안 KTFT가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시장경쟁 구도가 점유율보다는 가치싸움에 맞춰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지난 10개월 간 두 회사는 기업 인수 및 인수 추진을 통해 각사에 유리하게 게임의 법칙을 바꿔나가고 있다. 누가 사각의 링에서 최후의 미소를 지을지 주목된다.
IT산업부·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