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90년대에도 휴대폰으로 방송을 즐길 수 있는 TV폰이 있었네?’
위성이나 지상파DMB가 보급되기 훨씬 이전부터 TV를 휴대폰에 집어넣으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 1999년에 개발한 ‘SCHM220’ 모델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 휴대폰에 초소형 아날로그 TV수신기를 장착한 이 제품은 TV와 휴대폰 신호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고성능 안테나를 내장, 기존 포터블TV와 동일한 수준의 화질을 제공했다. 이 제품은 2001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초 TV폰’으로 기록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으나 기술 및 시장성 문제로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TV폰과 함께 2001년 기네스북에 오른 또 하나의 제품이 삼성전자의 손목 시계형 와치(Watch)폰이다. 일명 ‘007 제임스 본드’ 폰으로도 불리던 이 제품(SPH-WP10)은 39g의 초경량임에도 90분 연속 통화의 뛰어난 성능을 갖춰 세계 언론으로부터도 호평받았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시장성 문제로 전시회나 기념품용으로 일부 한정된 물량만이 생산되고 현재는 공급이 중단된 상태.
오히려, 후발인 텔슨전자가 2003년에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블루투스 와치폰(목걸이폰 겸용)을 개발하고 국내외 공급을 추진하면서 프리미엄 폰의 대명사로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텔슨이 중국발 악재로 쓰러지면서 와치폰은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한 휴대폰 상품기획 담당자는 “현재 각광받는 MP3폰도 2000년 출시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라며 “TV폰과 와치폰도 시장 성공 여부를 떠나 지난 90년대, 초기 디지털 컨버전스 트렌드를 선도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