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조업계 공중증(恐中症)

장지영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최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산업 시찰을 다녀온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지구촌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며 흥분했다. 한국으로서는 신천지라고 생각했던 이곳에 도착해보니 중국이나 대만산 저가 IT제품이 이미 지천으로 깔려 있어 ‘만시지탄’의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중견 TV업체 A사 해외 영업담당 이사의 ‘공중증(恐中症)’ 체감 속도는 더욱 빠르다. LCD 모니터만 해도 중국·대만 제품이 따라오는 데 5년이 걸렸지만 디지털TV는 2년이 채 안 걸릴 것이라며 불안해 했다. 이 같은 현실로 인해 가전업계의 ‘차이나 공포’는 무섭게 번지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저가 제품이 쏟아지면서 중소업체는 회사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 불과 2년 전 고성장을 구가하던 LCD 모니터 업계가 무너졌고, 셋톱박스 업체들도 지난해 값싼 중국산에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내줬다. 다음 차례는 디지털TV·MP3플레이어 등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가전업계가 요즘 해묵은 ‘차이나 괴담’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무서운 ‘가속도’ 때문이다. 기업이 이끌고 정부가 밀어주면서 품질과 차별화 간격이 갈수록 좁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격차는 줄어드는 대신 가격격차는 벌어져 중동·아시아 등에서 빠르게 중국산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자 원성은 정부로 향한다. 시장논리만 앞세워 중소업체 혼자 감당하게 해 마치 혼자서 둑의 구멍을 막고 선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게임이나 로봇 등 신산업에 정부 예산이 대폭 지원될 때마다 제조업이 푸대접받는 것 같다는 ‘역차별론’도 쏟아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제조업 민·관 공동 해외 로드쇼나 전시회를 적극 기획해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지요. 이제 차세대 먹거리보다 2, 3년 후의 먹거리가 더 걱정입니다.” 제조업계에서 다시 새마을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라는 한 TV업체의 하소연이 지나친 비약으로 들리지 않는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