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와이브로) 상용화를 준비하는 SK텔레콤의 고민이 깊다.
SK텔레콤의 고민은 ‘이론적으로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슷한 컨셉트’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3.5세대 이동통신(HSDPA)과 와이브로를 한 달 정도 차이를 두고 연달아 시작해야한다는 것. 지금 일정대로라면 HSDPA는 4, 5월 중, 와이브로는 6월 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HSDPA와 와이브로를 다른 서비스로 규정하더라도 전략상 HSDPA를 주력으로 선택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역량을 분산할 수 없는 처지다. 국내 최고 이동통신 사업자임을 자랑하지만 세계 최초의 HSDPA 상용화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와이브로를 버리고 갈 순 없다. 우선 최소한 6월 상용 서비스, 연말께 서울 및 수도권 서비스 개시라는 사업 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정부로부터 받을 제재가 걱정이다. 여기에 HSDPA와 와이브로 사업 주체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 KTF·KT의 전략에 뒤질 경우 와이브로만의 초기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버릴 수 없다.
어쨌든 SK텔레콤의 초기 와이브로 서비스는 ‘무늬만’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정부와 약속한 ‘상용 서비스 개시는 6월’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시스템 전원을 켜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만 5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KT의 연내 서비스 지역이 잘해야 서울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3분의 1 정도인 1700억원을 투자하는 SK텔레콤의 서비스 지역이 어느 정도 수준일 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HSDPA와 와이브로에 대한 TV 론칭 광고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SK텔레콤 관계자의 말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이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이동통신을 상용화한지 10년 만에 HSDPA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졌는데 와이브로는 KT가 책임져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견해를 조심스레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와이브로 활성화 TF’를 구성, 사업 추진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