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내가 받은 한 질문을 소개한다.
박사님, 단백질칩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요? 감자칩, 고구마칩, 양파칩에 이어 몸에 좋은 새로운 칩을 얘기하는 건가요? 그럼 뱃살을 생각해서 앞으로는 감자칩 대신 단백질칩을 먹어야겠네요.”
칩(chip)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재미있는 얘기다. 칩이란 일반적으로 ‘잘게 썰어 기름에 튀긴 과자’라는 의미 외에 과학 용어로 ‘집적회로의 기본단위를 이루는 작은 반도체 기판’이라는 뜻이 있다. 과거 IT 변혁의 핵심이었던 반도체에 이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포스트게놈 이후의 혁명을 주도할 단백질칩이 개발돼 빠르고 간편한 질병 진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백질칩은 작은 기판 위에 단백질을 집적한 것으로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할 단백질 양이 많은지 적은지 한번에 쉽게 알아내어 질환을 진단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따라서 어떤 단백질을 찾아 칩에 집적시키느냐에 따라 칩이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의 종류가 달라지며, 대개 ‘항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집적하게 된다.
지금 우리 세대는 IT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를 경험한 우리는 이러한 시대 조류가 얼마나 우리 일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포스트게놈 생명공학 물결이 바로 우리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세계적인 제약회사에서 개발되고 있는 질환 치료제의 대부분이 항체 신약이다. 항체 신약은 우리 몸 속에 들어가 정밀 유도 미사일처럼 움직이다가 목표로 한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정확히 다가가 무력화해 일명 ‘똑똑한 총알(smart bullet)’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질병 치료뿐 아니라 앞으로 노화를 방지하는 항체가 개발돼 불로장생을 꿈꿀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이처럼 포스트게놈 시대의 주역 단백질은 우리의 생명 연장에서부터 삶의 질까지 책임질 마지막 키워드다.
◆이종서 랩프런티어 CTO jslee@lapfronti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