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허심사 단축의 명암

신선미

 특허청의 올해 최대 화두는 심사 단축이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특허청은 지난 2004년 10월 당시 심사 단축과 관련한 장기 비전을 내놓았다. 올해는 당시 제시한 비전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해다. 특허청의 구상대로라면 올 연말이면 한때 26개월까지 걸리던 심사 기간이 10개월로 줄어들게 된다. 이쯤이면 선진국과 견주어서도 흠잡을 데 없는 세계 최강의 심사 속도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심사 기간은 2004년 현재 각각 20.2개월과 26개월로 한국보다 훨씬 뒤처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특허청의 심사 단축 열기는 최근 들어서도 식을 줄 모른다.

 그동안 심사 업무가 주 업무가 아니었던 부서의 팀장들과 일선 지원팀에서조차 올해 들어 심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특허 심사 단축과의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투지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심사 기간 단축에 따른 품질 저하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특허 심사에 걸렸던 기간은 17.6개월. 이를 10개월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심사관 1인당 심사 물량을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폭주한 심사 물량도 문제다. 지난해 심사 물량은 전년대비 무려 12% 가까이 늘었다.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인 170여명의 심사관을 지난해 충원했지만, 이들이 수습 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심사업무를 할 수 있는 궤도에 오르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심사관들이 느끼는 업무 부담은 가히 살인적이다. 10개월이라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뛰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사 품질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정을 무리하게 맞추다 보면 품질은 뒷전일 수 있다. 특허 심사는 다른 분야와 달라서 한번 품질이 떨어지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청 내부에서조차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속도만 빠르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비전 달성이라는 국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심사 단축으로 인한 품질 저하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