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의·최후남·고현덕·김태일 지음/통합과학 대안교과서 편찬위원회 엮음/휴머니스트 펴냄/각권 1만7000원
교양과학백과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책제목 그대로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가 등장했다.
이 책은 지난 50년간 큰 틀을 바꾸지 않은 채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해 온 우리나라의 중·고교 과학교과서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을 만한 획기적 시도다.
인터넷 시간 속에서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 등을 생각할 때 중·고교 과학 교과서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어왔다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는 7차 교과 과정 교과서를 집필한 4명의 교사가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안 교과서로, 내용은 물론이고 외양 면에서 과학 교과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특히 이 책은 펴보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접해 온 작고 답답하게 많은 기호와 수식 및 그림이 들어찬 과학 교과서와는 다른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림과 사진들이 글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이런 입체적 편집이 가능하구나 하는 놀라움까지 준다. 3년 동안 3억원의 개발비와 40여명의 편집 디자인 인력을 투입하는 산고를 겪은 이 책은 중·고교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교양서로서 재미있게 읽을만 하다.
이 책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을 전공한 4명의 교사가 모든 단원에 대해 토론한 후 공동 집필함으로써 학생들이 하나의 현상이나 주제를 단편적으로 암기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 개념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살펴보고 그것이 결국 같은 개념과 원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권의 ‘열’ 단원은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열 △온도와 열의 이동 △동물의 체온 유지 △대기 중의 열 순환 △지구 내부의 열 순환 등의 소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열’의 개념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측면에서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들은 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가 어떤 역사적·사회적·학문적 배경과 과정을 통해 도출됐는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친절하게 해설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을 따라가면서 흥미를 느끼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했다.
또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이 적지 않은 기존 교과서와 달리 핵심적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기초 실력을 탄탄히 쌓도록 한 것은 물론, 실생활에 유용한 새로운 지식을 다루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각 단원의 말미에 ‘교과서 밖의 과학’ 코너 등을 마련해 남극과 북극의 차이, 갈라파고스 섬에 포유류가 없는 이유 등을 설명하고, 각 권의 8장에 배치된 ‘현대 과학 산책’ 코너에서는 생명 공학·나노 기술·현대의 우주론 등 최신 과학 지식을 다뤘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청소년이 과학의 윤리적 측면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생태 환경과 에너지 문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 사회의 역할 등을 성찰할 수 있는 지면도 마련했다.
책을 펴낸 휴머니스트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