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휴대폰업계의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LG전자 등에 밀려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 휴대폰업계가 통합을 고려한 제휴를 모색중이다.
이들 신문은 최근 일본 내수시장 1·2위 업체인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마쓰시타전기산업 계열)와 NEC가 통합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쓰비시전기 등 후발 업체들이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아예 생산 축소 또는 포기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업계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일 언론은 최근 ‘반도체에서 역전당한 악몽이 휴대폰에서도 재현됐다(요미우리)’ ‘세계 시장 점유율 2%에 불과한 일 휴대폰 업계가 반도체에 이어 2류로 전락했다’ 등의 내용으로 위기감을 표명했다.
<>사실상 몰락=유럽·북미시장 등에서 삼성·LG에 밀리면서 3G 선진국의 이미지를 완전히 구긴 일 휴대폰업계는 현 상태로 생존조차 힘든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10∼12월) 세계 휴대폰 점유율은 노키아가 35%, 모토로라 17.8%, 삼성전자 12.1% 등 3강(强)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일 업체로는 스웨덴의 에릭슨과 소니가 합병해 설립한 소니에릭슨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가 6.9%로 겨우 5위를 차지했다. 내수시장 1·2위인 파나소닉과 NEC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통신 방식의 차이’. 내수시장과 유럽·북미시장은 주류인 2세대(G) 휴대폰 통신 규격이 다르다. 따라서 일 업체는 해외시장에 제품을 투입할 때 규격 지원에 별도의 시간이 걸려 신속한 제품 출시가 불가능하다. 2G·3G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일 업체들은 결국 독자적인 통신규격을 제창한 정부의 정책 판단 착오에 따라 존폐위기에 몰렸다.
◇안팎에서 수세 몰려=NEC는 지난해 말 해외사업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도 유럽·북미·아시아 지역에서의 2세대(G) 기종 개발을 중단하고 필리핀 생산 공장도 폐쇄키로 결정했다. 또 미쓰비시전기도 동남아 휴대폰 공장을 접었고 이달 말 중국 생산도 완전히 접는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업체의 일본 공략은 오히려 더욱 가속화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지난해 여름 NTT도코모용 휴대폰을 출시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 봄 일본용 3G폰을 잇달아 내놨다. 양산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서 해외기업들의 우세가 날로 선명해지고 있다.
◇통합은 시간문제=NEC는 지난 해 말 휴대폰 사업 재편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야노 이사오 차기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에서 10개 이상의 휴대폰업체가 존재하는 것은 무리다. 당장에 후발업체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나소닉은 미쓰비시전기와의 휴대폰 사업 제휴를 검토중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후발업체들이 요청이 있어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도시바는 최근 소프트뱅크의 보다폰재팬 인수를 들어 “시장이 더욱 난립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사업이 힘들다”며 사업 포기마저 시사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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