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텔-루슨트 합병은 중국 때문"

지난 주말 터져 나온 루슨트테크놀로지와 알카텔 간 통합 재협상 논의는 △화웨이테크놀로지·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의 약진에 따른 고객 지키기 △중국 및 미국 시장의 안정적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심의 포석으로 평가된다. 본지 27일자 20면 참조

2001년 한차례 논의됐던 두 회사의 협상시도가 다시 급부상, 이번주 중 결론을 낼 수 있으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급진전된 배경에는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거센 도전이 자리한다.

◇중국 추격 따돌리자=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프랑스 반독점 당국의 최종 결정만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통합회사의 최대 당면 과제는 당장 세계통신업계 최대 관심사인 중국 3세대(3G) 이동통신장비 시장 공략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저가를 앞세웠던 중국회사들의 고도기술을 앞세운 시장 진입장벽을 넘어선데 따른 고객방어 효과도 노리게 된다. 실제로 화웨이 등 중국업체는 태국·인도네시아·불가리아 등 개도국 시장은 물론 지난해엔 영국 BT 통신의 일부 입찰에 성공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최근 사실상 통합이 확정돼 구매력이 높아진 AT&T와 벨사우스 통합회사와의 협상력 제고도 향후 기대할 수 있는효과다.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첨단통신기술 산업인 만큼 연구개발력 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합병 기대효과=합병 성사시 시가총액 337억8000만달러, 직원수 8만6000명인 초거대 통신장비업체가 탄생한다.

알카텔은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주력인 DSL분야에서 날개를 달게 된다. 이동통신장비분야서는 루슨트가 CDMA, 알카텔이 GSM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경영진은 합병지분의 60%를 맡게될 것으로 알려진 알카텔의 서지 추룩 회장이 통합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루슨트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리샤 루소가 통합회사의 CEO를 맡게 될 전망이다. 파리에 본사를 두게 될 이 회사는 알카텔-루슨트가 아닌 전혀 다른 회사명을 갖게 된다.

통합회사는 네트워크분야에서 시스코의 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합병논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난 주말 두 회사의 주식은 큰 폭으로 뛰어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대다수 이통업체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합병에 긍정적인 시각이지만 노무라증권의 한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언어장벽과 기업문화,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양사의 조직통합이 험난하다”는 시각도 있다.

 ◇벨연구소의 향배는=두 회사의 합병 과정의 최대관심사이자 걸림돌은 루슨트 산하 벨연구소다.

벨연구소는 지난 81년간 트랜지스터, 팩시밀리, 통신위성 등 수만건의 특허기술과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자존심’인데다 미 국방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어 프랑스 회사(지분 60%)로 넘어가는데 미국정부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회사는 벨연구소를 합병 이전에 분리하거나 중요한 국방관련 사업분야만 독립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